[기고]APEC, 중추국가 자리매김의 핵심 무대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24.11.29 05:11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61%, 전체 교역량의 약 50%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 협력체, 24세 이하 젊은 층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역동적인 지역 협력체가 바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다.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태 지역 12개국 간 각료회의로 출범한 이후 1993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제안으로 정상급 회의로 격상됐다.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페루, 러시아 등 총 21개 아태 지역 회원들이 참여, 이들의 경제적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지속 가능 성장을 이끄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엔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아 경주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이다.

흔히 글로벌 위기 완화기에는 다자협의체의 중요성이 퇴색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며, 다음번 위기는 구조적 도전 과제를 동반한 복합 위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위기 극복의 경험으로 볼 때, 네트워크 및 거버넌스로서 APEC 같은 다자협의체는 매우 유효하다. 더욱이 다자협의체는 공식 논의 외에도 주요국 정상들과의 비공식 협력의 장(場)을 제공한다. 개방경제에 의존하는 우리는 시장 접근성 확대, 경제 안보 강화 등을 위해 언제나 다자협의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APEC은 아태 지역 선진국과 개도국, 우리의 최대 수출·수입국, 핵심광물협력국, 기술협력국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체로,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주도적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공식 회의 참석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베트남 등 역내 주요 국가들과의 양자 회담이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고별 면담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약 2년 만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는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한일 관계의 확고한 발전 의지를 확인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경제, 안보, 방산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의 르엉 끄엉 신임 주석과의 만남에서는 양국 간 투자 확대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논의됐다.

이번 페루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경주 정상회의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APEC 정상들을 경주로 초청했다. 천년을 넘게 이어온 역사의 현장에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논의하게 된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시진핑 국가 주석이 2014년 이후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정상들이 경주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다자협의체를 향한 회의적인 시각도 단숨에 무색해질 것이다. 세심한 준비를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자리매김함은 물론, 경제적 실리까지 챙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