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6%로 대폭 낮췄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에다 수출까지 둔화된다는 진단에서다.
KDI는 11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시한 기존 전망치(2.0%)에서 0.4%포인트(p) 낮춘 것이다.
KDI는 특히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점,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점 등을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11월엔 미국이 시간을 두고 관세를 인상할 것으로 봤지만 이미 중국 등을 대상으로 관세를 올린 측면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트럼프 신정부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전 세계 투자·수출 여건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KDI는 이번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10% 보편 관세 부과를 반영했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보편 관세는 유예된 만큼 반영하지 않았다.
KDI는 구체적으로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6%로 0.2%p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1.1%)보단 높은 수치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2.1%에서 2.0%로 소폭 낮췄다. 건설투자의 경우 -0.7%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증가율은 기존 2.1%에서 1.8%로 낮춰잡았다.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를 반영한 결과다. 상품수출 증가율 의 경우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기존 930억달러에서 897억달러로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과 같은 1.6%로 유지했다. 내수 전망이 하향 조정됐지만 환율과 유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지난해 16만명 증가했던 취업자수는 올해엔 10만명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은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증가한 2.9%로 전망했다.
KDI는 올해 위험요소로 △미국 통상정책 변화의 불확실성 장기화 △통상 분쟁의 직접적 영향과 이에따른 각국의 경기 둔화 △국내 정국 불안 장기화 등을 꼽았다.
KDI 관계자는 "국제 통상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는 가운데 통상분쟁이 격화되는 경우 우리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2·3 계엄사태 이후 민간 소비 둔화를 감안, 각각 1.8%, 1.6~1.7%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한은의 성장률 전망은 1.9%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에서 0.2%포인트 하향조정한 2.0%로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도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전망치 2.0%에서 0.3%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1.2~1.9%, 평균 1.6% 수준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