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권재한 청장은 농정 전반에 해박한 정통 관료로 통한다. '큰집' 농식품부에서 일할때도 그랬다. 농업혁신정책실장 재직시 스마트농업, 농식품수출, 농업R&D, 방역정책 등을 진두지휘했고, 역대 최대 K푸드 수출 성과를 만들어 내며 해외에서 'K푸드 열풍'을 이끌었다. "시대상황에 맞게 농업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게 지론이었다. 주변에선 그를 '농업혁신 전도사'라 불렀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민관협력에 기반한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큰집에서의 혁신 성과들이 '시즌1'이라면 '시즌2'는 '작은집' 농진청에서 시작됐다.
권재한 청장은 27일 "산·학·관·연이 모여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농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민간기업의 첨단 기술력, 학계의 이론적 기반, 농업인의 현장 경험이 결합될 때 비로소 혁신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농진청 R&D가 소속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면 앞으로는 유관 기관, 학계, 산업계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첨단과학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농업·농촌의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종교배'의 힘을 통해 농업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대한민국 농업은 지금 기후 위기, 고령화, 농촌소멸 등과 같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해지고 있는 이상기후와 빈번한 자연재해, 병해충의 확산은 이제 기존 방식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이 프로젝트를 촉발시켰다.
디지털,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진청의 핵심사업을 재정비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지난 25일 전북 전주 본청 국제회의장에서 '우리 농UP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 출범식'을 열고 △'정책지원·현안 해결 10대 프로젝트(우리농UP 앞으로)' △'미래 농업혁신 4대 프로젝트(우리농UP 미래로)' 추진을 공식화 했다.
정책지원·현안해결을 위한 '우리농UP 앞으로' 프로젝트는 디지털 정밀육종, 스마트농업, 밭농업 기계화, 기상재해 등 농업 현장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디지털 육종 플랫폼 구축을 통해 종자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스마트농업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밭농업기계화를 통해 농촌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한다.
'우리농UP 미래로' 프로젝트는 농업위성, 인공지능(AI), 로봇, 마이크로바이옴, 농생명공학, 푸드테크 등 첨단산업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위성 영상 기반 농업관측 시스템, 수확 로봇팔, 질소비료를 대체할 미생물 비료 개발 등이 단기 목표과제다.
우리 농촌진흥청과 같은 일본 국립농식품연구기구(NARO)도 민관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NARO는 2021년 과일 자동 수확로봇 시제품을 개발, 올 해 부터 상용화에 들어간다. 당시 NARO를 중심으로 한 이 연구에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덴소, 리츠메이칸대학 연구진이 함께 했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농업이 한때 기피산업이으로 대우받기도 했지만 이제 농업은 첨단기술을 통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미래 산업"이라며 "이번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산·학·관·연 협력 네트워크를 더 공고히 하고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