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0조원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을 결정하면서 '부스터샷'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이 백신 추가접종을 의미하는 부스터샷처럼 첨단전략산업 지원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기금을 포함한 약 100조원의 지원책에는 대규모 지원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관건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것처럼 '타이밍'을 제때 잡을 수 있을지 여부다.
정부가 5일 발표한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방안은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운을 뗐고, 최 권한대행도 기금 신설을 예고했다. 그간 기금 규모와 지원 대상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17조원 규모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2배 이상 규모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정부는 약속대로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규모를 확정했다.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첨단전략산업기금에 흡수되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의 잔여 자금 등을 고려하면 새롭게 투입되는 금액은 약 37조원이다. 기금에 매칭할 50조원의 추가 지원은 시중은행의 몫으로 남겼다.
지원 대상에 '미래전략 및 경제안보에 필요한 산업'을 추가한 것에선 정부의 고민이 읽힌다.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한 포석인 셈인데, 그만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산업은 시행령으로 정한다. 가령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자동차, 철강 등이 지원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강기룡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시행령에 위임해 탄력적으로 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통상 공세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대응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대 100조원에 이르는 부스터샷이 나온 배경은 최근 세계적인 흐름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각국은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국가가 직접 전면에 나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칩스법으로 불리는 반도체 및 과학법을 통해 527억달러(약 76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25%의 투자세액공제를 별도 도입했다.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산업 등에 대해선 수입품 고율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일본은 6조엔(약 58조3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 및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도입했고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만 562조원의 펀드 투자에 나섰고, 이차전지와 디스플레이 기업 등에 각종 보조금을 지급한다.
권유이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대규모 투자로 그간 우리가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던 다수 산업에서 기술력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며 "아울러 미국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각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자국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있어 수출의 근간 산업인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지원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선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이번 대책을 내놓았지만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여야의 쟁점이 없지만, 최근 정국의 대치 국면을 감안할 때 속도감 있는 개정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최 권한대행이 이날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선 무엇보다도 시간을 선점해야 한다", "첨단산업 지원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등의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