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1.9%로 유지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여파에 따라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도 한국의 성장률은 조정하지 않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 지속과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추경)예산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14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이 담긴 '4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했다.
IMF는 먼저 중동전쟁 충격으로 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Global Economy Tested Again)고 평가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금융시장 위험회피 심리 확산 등의 경로를 통해 세계경제에 중동 전쟁 영향이 파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3.3%) 대비 0.2%p(포인트) 하향한 3.1%로 제시했다.
다만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9%로 종전 전망 수준을 유지했다.
IMF 전망치는 중동 전쟁 발발 이전 발표된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2.0%)보다 낮다. 하지만 중동 전쟁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하향 조정한 전망치(2.1%→1.7%)보단 0.2%p 높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재정경제부는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에 따른 영향을 받았으나, 추경 효과가 이를 보완한 결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2.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지난 1월 전망에선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전망은 전쟁이 수 주 이상 지속된 이후 회복이 점진적으로 나타나 2026년 중반부터 에너지 등 생산·수출이 정상화된다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작성됐다.
IMF는 한국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41개국으로 구성된 선진국 그룹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전망과 같은 1.8%로 유지했다.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중동전쟁 영향이 제한적으로 반영되며 종전 대비 0.1%p 하락한 2.3% 성장할 것으로 봤다. 유로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누적된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으로 성장 눈높이를 0.2%p 낮췄다. 일본은 신규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1월 전망 수준(0.7%)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독자들의 PICK!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155개국으로 구성된 신흥 개발도상국 그룹의 올해 성장률은 3.9%를 제시했다. 지난 1월 전망보다 0.3%p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경우 실효관세율 하락의 수혜에도 중동전쟁 영향으로 종전보다 0.1%p 낮은 4.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중앙아시아는 중동의 직접적인 수출 차질로 기존 전망 대비 2.0%p 낮은 1.9%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최근 세계경제는 하방리스크가 지배적"이라고 진단하며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 가능성 △AI(인공지능) 수익성 기대 재평가에 다른 금융시장 조정 가능성 △보호무역 확산 가능성 등을 주요 하방리스크로 언급했다. 반대로 무역긴장이 완화하거나 AI를 통한 생산성 제고가 조기에 달성될 경우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화·금융 측면에선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원자재 시장 노출도와 기대 인플레이션 안착 정도 등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을 권고했다.
특히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해 일시적 시장개입 또는 자본유출입 관리 조치를 시행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재정 측면에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취약계층을 지원하되, 한시적으로 적기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중동상황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명확한 종전 선언이 있을 때까지는 현재의 비상대응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가용 재원과 수단을 모두 활용해 당장 시급한 물가·공급망·취약부문·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신속 대응방안을 지속 추진하는 가운데, 초과세수를 활용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해 취약부문 지원 등 조속한 민생안정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