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 공무원들 줄줄이 세상 등지는데…보호법은 공회전

김온유 기자
2025.03.06 10:54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무원 임금 정액인상 쟁취 2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7.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최근 영주시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지면서 국가·지방공무원법에 관련 보호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말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지만, 계류 중인 상황이다.

6일 영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사망한 경북 영주시 6급 공무원 A씨(팀장)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영주시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나왔다. A씨는 지난해 11월2일 영주 문수면 한 도로에서 세워진 자동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직원들의 차가운 눈총과 말, 행동들 비아냥거림 너무 힘들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영주시는 지난달 28일 심의위를 열고 유족이 신고한 상급자 행위 중 '2024년 민원 서비스 종합 평가'에서 데이터를 조작할 것을 지시한 혐의, 행사 대리 참석, 개인 운전기사 및 점심시간 간부모시기 등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영주시 관계자는 "심의위에서 징계 의결 요구를 권고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판단해 경북도 인사위원회에 징계 요구를 할 예정"이라며 "세부적인 징계수위는 도 인사위에서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타 지자체에도 이같은 사례가 다수 있다. 지난해 2월 경남 양산시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30대 공무원이 숨졌다. 3월 충북 괴산군청, 4월 경기 의정부시청에서도 각각 9급·7급 공무원이 사망했다. 이들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와 인사처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징계받은 국가·지방 공무원은 2023년 총 144명이었다. 이는 2022년(111명)보다 29.7% 늘어난 수치다. 징계유형별로 보면 2년간 255명의 가해 공무원 중 208명(81.6%)이 견책, 감봉 등의 경징계를 받았다. 파면은 한 건도 없었고 해임은 10명(각 5명·3.9%)에 그쳤다. 공무원 징계는 공무원 연금을 최대 절반까지 감액하고 5년간 재임용이 금지되는 파면과 해임 등 중징계와 견책·감봉·정직·강등 등 경징계로 나뉜다.

현재 징계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가·지방공무원법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2019년 신설됐지만 국가·지방공무원법을 우선 적용받는 공무원에겐 명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이에 행안부·인사처는 지난해 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을 때 고충 처리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에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아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징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 "법 개정은 특별히 강조하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공무원 징계령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처벌조항을 신설했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관련 조항들이 공무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며 "조례 등에 근로기준법 수준의 갑질 근절 조치 내용을 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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