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자산버블·고금리…세계경제 '3중 리스크'

세종=최민경 기자
2025.05.13 15:11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가 올해 세계경제 전망률을 2%대로 낮춘 것은 무역전쟁, 물가 불안, 부채위기 등 3중 압박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글로벌 교역 급감'이 꼽힌다. 주요국들이 글로벌 무역갈등 해소와 보호무역주의 완화에 나서지 않으면 저성장 고착화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KIEP는 13일 2025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3%p(포인트) 낮춘 2.7%로 제시했다. △관세 및 무역 전쟁 격화 △인플레이션 재발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역자산효과와 금융 불안 및 부채 위기 등을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대외경제 전문가 47명 중 44명(94%)도 미국과 주요국 간 무역전쟁 심화로 글로벌 교역이 급감한 것이 올해 세계경제 최대 리스크라고 응답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블록화 심화(66%)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자산가격 급락 및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49%) △중국 부동산 부진과 내수경기 악화로 성장률 급락(21%) 등을 꼽았다.

먼저 관세 영향을 들여다보면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100%), 반도체(50%), 철강·자동차(25%), 보편관세(10%) 등 고율 관세 조치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관세 장벽 상승에 따라 세계 교역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관세 인상과 보복의 악순환으로 교역과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물가 상승 요인도 만만찮다. KIEP는 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과 정책당국 간의 시각차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정책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시장은 중앙은행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이동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고평가된 자산과 부채구조의 취약성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역자산효과'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 세계 부채 규모는 324조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신흥국 부채 비율은 평균 245%까지 상승했다. 중국 부동산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가운데 대형 개발사가 연쇄 도산하고 있고 미국 지방은행 역시 중소 은행 위기를 겪고 있다.

KIEP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글로벌 무역갈등 해소 등 통상 리스크 관리가 가장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무역·금융·자산의 3중 위기가 상호 연동된 만큼 복합적인 정책 대응이 없으면 세계경제가 더 깊은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KIEP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무역갈등 완화'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꼽았다. 이어 △공급망 안정화(38%) △금융 리스크 대응(25%) △미래산업(디지털·AI·친환경) 투자 확대(19%) △지정학 리스크 안정화(17%) △재정건전성 확보·부채위기 예방(12%) 등이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이시욱 KIEP 원장은 "향후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제의 전반적인 성숙화로 인해서 국내 소비나 투자 등 내수 둔화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외 부분이 여전히 향후 우리나라 경제성장 성패의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6월에 출범하는 신정부는 미국발 통상질서의 불확실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무역, 투자, 인력 이동, 기술 교류 등 통상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변모하는 세계경제 질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통상정책의 방향성과 구조를 확립하는 것을 최우선 정책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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