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산업정책의 전환기라는 과제 속에서 출범했다. 달라진 성장 방정식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들은 정부 역할을 강조하며 '서포터(Supporter·후원자)'보다 '플레이어(Player·선수)'를 지향한다. 이를 위한 전략, 체계 등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국가 핵심 성장전략은 인공지능(AI)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양대 축으로 한 '산업 대도약'이다.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와 탈탄소 제조업 구조개편을 통해 박정희의 산업화·김대중의 정보화에 이은 '제2의 산업화'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정부가 산업정책의 설계자이자 투자자로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했던 전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결이다.
정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향후 5년을 '산업정책의 전환기'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잠재성장률 1%대의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AI 3대 강국 도약 및 미래전략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 및 산업 업그레이드를 포괄한 '기술주도 성장'이 국가 생존 전략임을 강조했다.
핵심은 AI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규정하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와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을 지원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산업별 AI 전환을 추진한다. AI를 본격적인 생산성 향상에 활용하는 단계로의 진화다.
AI 주권 확보(소버린 AI) 역시 주요 과제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원장은 "우리 산업에서 AI를 자족적으로 운영해야 우리 경제와 산업을 지속 발전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의 산업이 AI를 활용하는 외국 기업에 종속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수요기업, 기술기업, 데이터 인프라를 밸류체인 단위로 통합 설계해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으로 탈탄소 산업 기반도 마련한다.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해 에너지 믹스를 개편한다. 수소 인프라와 지역 스마트 산업단지를 확대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 대응과 산업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수출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와도 직결된다.
정부가 산업정책의 중심에 다시 선 배경에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중국발 공급과잉 쇼크가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이 대규모 국가 펀드를 조성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가운데 민간 역량만으로는 기술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보고서는 산업정책을 두고 "좋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진짜 성장'의 토대"라고 명시했다. 정부가 내건 '잠재성장률 3%'와 '국력 세계 5강'의 비전 달성의 필수수단으로 산업정책을 제시한 셈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대응과 탄소중립, 수출 경쟁력 회복 등 삼중 과제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는 산업 발전을 민간에 맡기되 정부는 뒷받침하는 식의 전략을 취해왔지만 그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며 "정부의 역할이 불가피해진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