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까지 활용하는 美…'2+2 통상협의' 취소도 협상전략?

세종=박광범 기자
2025.07.25 15:11
'한미 2+2 통상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4일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에서 협상 연기 소식을 듣고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사진제공=뉴스1(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이 일본 합의를 읽을 때 한국의 입에서 욕설(expletives)이 나왔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미 '2+2 통상협의'가 미국 측의 일방적 취소 요청으로 무산된 가운데 발언인데 한일간 경쟁심리를 자극해 한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협상전략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미국 측은 2+2 협의 취소 이유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일정 문제 때문이란 설명 외에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한국 협상팀의 속을 태우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4일(현지시간) 2+2 통상협의가 취소된 배경에 대해 "일정 충돌(scheduling conflict)"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정 충돌'이란 말그대로 복수의 일정이 겹쳐 우선순위를 조율해야 할 상황을 뜻한다. 결국 미국 입장에선 한미 2+2 통상협의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파악된 베선트 장관의 일정은 오는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이다. 베선트 장관이 25~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공식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가 관세 유예 시한인 8월 1일 전까지 다시 일정을 조율하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드라인 전까지 한미 통상합의가 불발되면 한국은 다음달부터 당장 미국에 수출할 때마다 25%의 관세율을 적용 받는다. 이미 철강(50%)과 자동차(25%)에는 품목별 관세가 매겨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는 것으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지금보다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협상 여유가 있는 미국이 시간을 끌며 한국을 더 압박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의 사례를 강조하며,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미국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압박하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워싱턴 D.C. 연준 청사 개보수 현장에서 일본과의 무역 합의를 언급하며 "일본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시장을 개방해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일본이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데 5500억 달러의 투자와 함께 트럭, 쌀 등 시장을 개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과 1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미국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진 정부로선 일본의 대미 투자규모를 맞추기 어렵다. 쌀 시장 개방이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는 국내 거센 반발 등에 직면해 협상 카드로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상호관세 발효일(8월1일)까지 협상에 실패해 예정된 상호관세가 시행되면 더 큰 타격이 예상돼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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