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한은의 직설[기자수첩]

김주현 기자
2025.09.10 04:49
부산 자율주행버스 개통식이 열린 10일 기장군 동해선 오시리아역 광장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등 주요 인사들이 자율주행버스에 시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의 직설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택시 산업을 겨냥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구조개혁 보고서에서 자율주행택시 상용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전통 택시산업 보호와 각종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 모빌리티 산업이 기술 발전과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은의 이번 보고서는 특별하다. 지금까지 구조개혁 보고서는 본부 조사국 중심으로 작성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뉴욕사무소 직원들이 보고서를 내놨다. 해외 사무소가 현지 경기 보고서나 동향 자료를 보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구조개혁 보고서를 직접 펴낸 건 극히 드물다.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혁신 사례가 담겼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나온 구조개혁 보고서이기도 하다. 이전 정부 시절 한은은 돌봄서비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입 제도 등 논쟁적인 이슈를 건드렸다. 정치적 구호나 단기 처방을 넘어 중앙은행이 던지는 독자적 메시지다.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선 사회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소신이 배어 있다. 정권의 이해관계와도 거리를 둔다. 우리나라 최고 '싱크탱크'로서 한은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구체적 개혁안까지 제시했다. 기존 택시 기사 보상안, 테스트 규제 완화, 택시면허 총량 완화 등이다. 신산업 도입을 막는 낡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2018년 등장했던 '타다'를 떠올리게 한다. 타다는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며 주목받았지만 택시업계 반발, 법적 분쟁, 국회의 규제에 밀려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며칠 전 광화문 도로 한복판에서 자율주행차가 오류로 멈춰선 장면이 있었다. 뒤로는 대여섯대의 차량이 줄줄이 섰다. 오도 가도 못하는 차들 사이엔 구급차도 있었다. 자율주행택시를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상용서비스가 확대된 미국과 중국과 달리 기술경쟁에 뒤처진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조개혁은 장기전이다. 당장 성장률을 끌어올리진 못하지만,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 멈출 수 없다. 자율주행택시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이듯 구조개혁도 생존을 위한 과제다. 한은의 역할이 통화정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도 개혁까지 확장돼야 하는 이유다. 정권을 초월한 한은의 정책 제언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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