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가스전 2차 시추, 복수 해외기업 참여 의향…'대왕고래'는 최종 실패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5.09.22 05:00
2024년 12월 경북 포항시 남동쪽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하기 위해 웨스트 카펠라호가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1.01. /사진=뉴시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2차 시추 사업에 복수의 해외기업들이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유망구조 중 하나였던 '대왕고래'는 정밀 분석 결과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정부는 해외기업 투자를 바탕으로 대왕고래 외 다른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동해 가스개발 2차 시추에 복수 글로벌 업체 참여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9일 동해 해상광구 투자유치 입찰을 마감했으며, 개찰을 통해 복수의 외국계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음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당초 석유공사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투자유치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잠재 투자사의 연장 요청에 따라 입찰 기간을 3개월 추가 연장했다.

입찰 참여 기업 중에는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자문사 S&P 글로벌의 입찰 평가 및 입찰 제안서 검토를 거쳐 적합 투자자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다. 이후 세부 계약조건 협상을 거쳐 조광권 계약 서명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외국계 업체의 최대 지분율은 49%다. 석유공사가 과반 지분율을 갖는다.

석유공사는 "입찰 참여사 간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입찰 참여 업체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업체는 석유공사와 함께 동해 유망구조를 재탐사하고 대왕고래 구조 외 다른 유망구조에서 2차 시추를 추진할 계획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1차 시추 대상이었던 대왕고래 구조는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대왕고래는 동해 심해에서 가스 발견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7개 유망구조 중 하나로 지난해 12월 첫 시추가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 2월 채취 시료에 대한 임시분석 결과 대왕고래의 가스포화도가 낮아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시료의 정밀한 분석을 위해 전문업체인 코어래보라토리스(Core Laboratories)에 분석을 맡겨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가스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가스포화도는 6.3%에 불과했다. 이는 시추 전 예상치인 50~70%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또한 대왕고래에서 발견된 가스는 상업성이 높은 열적기원 가스가 아닌 상업성 낮은 생물분해 바이오가스로 분석됐다. 다만 가스 존재의 주요 조건인 저류암과 덮개암의 두께는 각각 68.5m, 269.5m로 예상치를 충족했다.

석유공사는 "회수 가능한 가스를 발견하지 못해 대왕고래 구조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향후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추가적인 탐사는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공사는 그간의 탐사 및 이번 시추를 통해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투자유치 성사 시 공동 조광권자와 함께 유망성 평가, 탐사 등 사업계획을 새롭게 수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왕고래'는 중단…다른 유망구조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가장 유망한 구조로 평가됐던 '대왕고래' 구조가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왕고래 구조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가스가 발견될 것으로 유망하게 평가됐던 7개 유망구조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35억~140억배럴 규모의 석유 및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총 7개의 유망구조 중 대왕고래라는 명칭이 붙은 구조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첫 탐사시추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시료에 대한 임시분석에서는 대왕고래의 가스포화도가 낮아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석유공사는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정밀 분석을 실시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추가적인 탐사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해외업체 투자를 통해 다른 유망구조에서 탐사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유망구조로 '명태', '오징어'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월 액트지오의 추가 분석 결과 '마귀상어' 등 14개 유망구조가 새롭게 발견됐다. 마귀상어에만 최대 51억7000만배럴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존에 발견된 유망구조에 대해 진행할 수도 있고 새롭게 유망구조 탐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며 "업체 선정 이후 구체적인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 동력 약화 불가피…"자원 개발 생태계 지속해야" 지적도
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탐사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20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 앞 바다에서 시추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홍게 잡이 어선들이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포항해양경찰서 제공) 2024.12.20.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가장 유망한 것으로 평가됐던 대왕고래 구조가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난 만큼 2차 시추의 추진 동력은 이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업체가 참여한다 해도 사업성이 없으면 시추조차 어려울 수 있다. 앞서 동해 가스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는 사업성 검토 결과 참여 유인이 없다고 보고 2022년5월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동해 가스개발 사업에 부정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사업 자체가 재검토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동해 가스개발 관련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도 산업부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13조8778억원을 편성했지만 동해 가스개발 사업 예산은 0원이었다.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은 지난 1일 예산안 브리핑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가스개발 사업) 예산은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산업부 내에서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계속하는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석유공사의 재무구조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는 21조81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2351억원 늘었으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조321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해외투자를 유치한다 해도 석유공사가 지분 참여를 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사업에 투입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생태계를 지속하기 위해선 동해 가스개발 사업을 중단해선 안된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윤석열 정부는 동해 가스개발 성공 확률을 20%로 보고 5번의 시추를 할 계획이었다. 세계 최대 심해유전으로 평가되는 가이아나 유전의 경우 탐사성공률이 16%였지만 지속적인 탐사 끝에 유전 발견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울산 남동쪽에 있는 대륙붕 제6-1광구에서 탐사 시추를 성공한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가스전으로 2004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지만 2021년12월 생산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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