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초 발표할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은 감산이 아닌 설비 효율화와 고부가·친환경 전환에 방점이 찍힌다. 철강산업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구조조정' 대신 '고도화'를 제시한 것이다. 미국·유럽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공급 과잉 및 중국산 저가 공세, 글로벌 탄소규제 확산 속에서도 산업 전반의 재무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석유화학업종 대책과 대비되는 방향성이다. 석유화학산업은 대규모 감산과 인수합병(M&A) 중심의 '선(先) 구조조정·후(後) 지원' 방식이지만, 철강은 아직 산업 전체가 위기산업으로 분류될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철강사의 재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고 8~9개 주요 품목별로 상황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수천억원대 적자를 낸 석화기업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석유화학은 다수의 대형기업들이 나란히 있는 수평 구조인 반면, 철강은 포스코·현대제철 중심의 수직적 공급망 구조다.
정부가 현 단계에선 M&A 등 구조조정보단 일부 생산라인을 합치거나 감산하는 식의 '설비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철강산업은 석유화학산업과 달리 8~9개 주요 품목별로 처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구조조정보다는 품목별 효율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후판·봉형강·철근 등 공급 과잉 품목은 생산 효율화가, 전기강판·도금강판 등 고부가 제품군은 친환경 투자와 기술개발 지원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감산 시 신속 인허가를 해주거나 자산 처분 시 세제혜택을 줘 매각 손실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특별보증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 고효율 설비로 전환하거나 친환경 설비로 대체하는 경우 융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철강 지원책이 석화업종 지원책과 구별되는 또다른 지점은 '관세 대응' 등 수출·통상 대응이 또 하나의 큰 축이라는 점이다. 철강은 주요 수출품목인 동시에 내수시장에서 중국산·일본산 등 저가 수입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은 지난 8월 15.4%, 9월 4.2% 급감했다.
정부는 업계 요청에 따라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철강 부원료 17개 품목의 할당관세 인하를 검토 중이다. 우회 덤핑 등 저가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등의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기업은행·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여하는 3500억~4000억원 규모 수출공급망 보증상품도 신설한다.
또 지난 8월 철강산업이 밀집된 경북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전남 광양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향후 2년간 중소기업 긴급 경영안정자금 융자우대, 지방투자촉진보조금 국비 보조율 상향, 보통교부세 가산 등 재정·행정적 지원이 집중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도 의원 입법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 직속 철강산업특별위원회 설치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녹색철강기술 연구개발(R&D) 지원 △녹색철강특구 지정 등을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