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질적인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국제 교역에서의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89.09를 기록했다. 한달 전(90.53)보다 1.44포인트 하락했다.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가운데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 한달간 하락폭은 △뉴질랜드(-1.54p)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여파로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 4월(89.56)보다도 낮다.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68.1까지 하락하며 최저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저점은 78.7이다.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는 100선을 웃돌았지만 이후부터 줄곧 100을 하회하고 있다.
실질실효환율은 자국 통화가 주요 교역상대국 대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나타낸 환율이다. 실질실효환율이 100보다 낮다는 건 현재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있다는 의미다. 국제 교역에서 원화의 구매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져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원화 가치는 뚜렷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주간거래에서 장중 고가 1476.0원을 기록했다. 국내 정치 불안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지난 4월9일(1487.6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등 수급 측면에서도 고환율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원화의 약세폭은 주요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도 과도한 수준"이라며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 유입되지 않는 가운데 금융계정을 통한 달러 유출이 지속되면서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형성돼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에도 여전히 내국인 해외투자가 우위를 보이면서 지속적인 외화 유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