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중화권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이자 가수 구준엽의 아내 고(故)서희원의 사망 원인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다. 서희원은 약 1년 전 독감을 앓다가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저질환을 앓던 상태에서 폐렴이 발생해 질환이 더 치명적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의 경우 폐렴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만큼, 예방접종을 포함한 사전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폐렴은 2024년 기준 국내 사망원인 3위이자 호흡계통 질환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국내 폐렴 환자는 2021년 51만 명에서 2024년 188만명으로 약 3.7배 증가하며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를 보인다.
폐렴의 주요 발병 요인은 고령(65세 이상)과 만성 심질환, 간질환, 당뇨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노인과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질병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고, 사망률과도 상당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2010년 의료보험 청구 자료를 활용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50~64세 당뇨병 환자의 폐렴구균 폐렴 발병 위험이 건강한 성인보다 최대 3배, 만성 심장질환이 있으면 4.2배, 만성 폐질환이 있으면 9.8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본에서 19세 이상 성인의 의료보험 청구 자료를 활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 환자의 폐렴 발병 위험이 건강한 성인보다 12.5배 더 높았다.
기저질환자는 폐렴 발병 시 사망 위험도 크게 높아진다. 2015년 포르투갈에서 폐렴으로 입원한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분석 연구를 진행했더니 만성 신질환, 폐암, 전이성 암, 운동기능 장애, 치매, 뇌혈관 질환, 허혈 심질환 등을 동반한 환자는 폐렴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높았다. 동반 질환은 유형·원인에 관계없이, 입원 중 폐렴으로 사망할 위험을 결정적으로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기저질환을 가진 폐렴 환자의 예후는 기저질환이 없을 때와 확연히 다르다"며 "건강한 사람에서는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지만, 심장·폐·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 폐렴으로 인한 전신 염증 반응 등으로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저질환자에게 폐렴이 치명적인 만큼, 폐렴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한 질환으로 꼽힌다. 특히 성인 세균성 폐렴의 가장 큰 원인균인 '폐렴구균'을 막으려면 백신 접종이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으로 성인에게 폐렴구균 다당질백신을 접종하지만, 성인에서 폐렴구균으로 인한 폐렴은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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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감염학회는 65세 이상 성인뿐만 아니라 19~64세의 만성질환자, 면역 저하 환자라면 △20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20) 1회 접종 또는 △15가 단백접합백신(PCV15)과 23가 다당질백신(PPSV23)의 순차 접종을 권고했다.
새롭게 도입된 20가 단백접합백신(프리베나20)은 지역사회에서 획득한 폐렴에 대해 진행한 임상 연구 결과를 근거로 예방 효과를 확인한 13가 단백접합백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미국 6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제 임상 근거(RWE) 연구를 통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폐렴에 대한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김재열 교수는 "폐렴은 잘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한감염학회 등 감염 전문의들이 20가 단백접합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이유는, 단순히 폐렴구균 감염을 예방하는 것을 넘어 중증화와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더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백신을 선택할 땐 단순히 혈청형 개수뿐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검증된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20가 단백접합백신은 기존 13가 백신의 임상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돼 신뢰할 수 있는 예방법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