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수출 이면엔 '반도체 쏠림' 그림자…"비반도체 실적 회복 관건"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5.12.28 16:15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2025.12.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사상 첫 수출 7000억달러 달성 쾌거의 이면에는 반도체 쏠림이라는 그늘이 있다. 반도체 시장 호황이 만든 '착시'가 존재한다. 반도체를 걷어내면 사실상 역성장이다. 높은 기저효과와 환율 변동성은 내년 수출의 변수다. 결국 반도체 외 품목의 부활이 관건이다.

28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올해 누적 수출액은 6831억4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이달 일평균 수출액(26억1000만달러)을 감안하면 오는 29일 7000억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수출 여건은 쉽지 않았다. .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작된 관세 전쟁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주요국에 10~20%대 보편 관세를 매기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4월 발효된 '자동차 관세 25%'는 치명타였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관세 장벽에 막혀 올해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14.2% 뒷걸음질 쳤다.

한미 관세 협상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상처는 남았다. 11월까지 누적 대미 수출은 4.6% 줄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대중 수출 역시 2.8% 감소했다.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인 'G2' 시장이 모두 역성장한 셈이다.

반전을 만든 건 반도체였다. 부동의 1위 품목인 반도체는 11월 누적 1526억 달러를 수출하며 19.8% 성장했다. 전체 실적을 홀로 견인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등 고부가 제품 수요도 견조했다. 물량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자동차와 조선도 힘을 보탰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타격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의 글로벌 선전으로 11월 누적 660억 달러(2% 증가)를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조선 역시 고가 수주 물량이 본격 인도되며 실적에 반영됐다.

문제는 극심한 쏠림 현상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빅3'를 빼면 성적표는 초라하다. 11월까지 반도체를 제외한 누적 수출액은 487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 줄었다. 반도체 의존도가 그만큼 심화했다는 뜻이다.

올해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플러스 성장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컴퓨터뿐이다. 주력 3대 품목을 제외하면 올해 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3.7% 쪼그라들었다.

내년 수출 기상도는 '반도체 호황 지속'과 '비(非)반도체 회복'에 달렸다. 다행히 반도체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상 9~10월 정점을 찍고 둔화하는 반도체 수출이 11월 오히려 증가 폭을 키웠다"며 "내년에도 확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업황 호조와 주요국 금리 인하 등을 근거로 두 자릿수 수출 성장률 달성 가능성도 열어뒀다.

반면 역대급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와 환율 등은 변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생산능력(CAPA)이 한정된 상황에서 실적 우상향을 위해선 가격 상승세가 필수적이다.

환율 변동성도 크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20원대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고환율은 가격 경쟁력 제고와 환차익으로 수출 기업엔 호재였다.

정부가 환율 안정화에 나선 만큼 내년 환율은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수출 기업 입장에선 환율 하락분만큼 회계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 반도체 외 주력 수출품목이 살아나야 내년 수출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호조는 지속되겠지만 과도한 의존도는 부담"이라며 "내년 비반도체 품목의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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