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최근 1400원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는 괴리가 큰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환율 상승 배경으로는 △한미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통한 투자유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이후 원화 절하 폭이 커진 배경으론 서학개미를 언급했다. 이 총재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 수급불균형을 불러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에 큰 압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을 연금 장기수익률 보호와 함께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투자 규모와 시기, 환헤지 운용전략 등이 시장에 투명하게 드러나면서 환율 절하 기대가 한방향으로 쏠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투제들의 투자 결정은 각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거주자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확대가 우리 경제 성장과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진지한 성찰없이 문제가 지속되면 국민연금을 달러를 정해진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입하고, 외환당국은 환율 관리를 위해 달러를 매도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물가에 대해선 "일시적 요인이 완화되면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압력이 재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높아진 생활물가 수준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국제적으로 가격 수준이 높은 품목에 대해 유통구조 개선과 수입개방 확대 등의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장은 상하방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1.8%)은 IT 부문을 제외하면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이라며 "이런 'K자형 회복'은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다양한 경제지표를 자세히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과의 소통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책임감을 갖고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불확실한 대외 여건도 짚었다. 이 총재는 "글로벌 통상환경과 각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통상여건 측면에선 미국 내 사법적·정치적 변수 전개에 따라 관세·무역정책 위험이 재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미 투자협정 불확실성도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투자 대상과 방식은 여전히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간 200억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이 원화 약세를 이끌 것이란 우려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0억달러는 최대치를 의미한다"며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기계적으로 200억달러가 대미 투자자금으로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은은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어떤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한국은행 AI언어모형'도 이달 말 선보인다. 이 총재는 "망 통합 사업도 오는 3월까지 마무리할 것"이라며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아 국내 AI 생태계 발전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한강' 2차 실거래도 올해 추진한다. 이 총재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부 국고금 관리 개선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서도 향후 국회와 정부의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