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첫날
30년만에 평일 무중단 거래, 외인·수출입기업 접근성↑
해외 NDF시장 수요 국내 유도… 환율 변동성 완화 기대
구윤철 "내년 역외원화결제 등 후속개혁 차질없이 진행"
국내 외환시장이 6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쉬지 않고 거래되는 '24시간 시장' 체제로 전환했다.
이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현물환 시장은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운영된다. 겨울에는 월요일 오전 7시부터 토요일 오전 7시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정부는 외환시장 24시간 체제를 통해 원화 국제화를 촉진하고 야간 원화거래를 국내 현물환 시장으로 유도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원/달러 현물환 시장은 기존엔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만 거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주말과 1월1일을 제외하고 사실상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달러 외 다른 통화의 거래시간은 기존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유지된다. 시장참여 대상도 국내 외국환 은행뿐 아니라 등록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까지 확대된다.
정부는 24시간 시장개장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수출입기업의 환리스크 관리를 지원하는 한편 해외자금 유입확대와 원화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투자자와 수출입기업이 시간제약 없이 외환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자본시장과 원화의 매력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을 찾아 시장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구 부총리는 "(외환시장 24시간 체제는) 단순한 거래시간 연장이 아니라 선진시장 수준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추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외환시장 24시간 체제를 가동하면서 내세운 목표는 '원화 국제화'지만 속내는 좀더 복잡하다. NDF(역외차액결제선물환) 중심의 원화가격 결정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NDF 시장에 집중됐던 야간 원화거래를 국내 현물환 시장으로 유도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환율급변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원화보유와 역외거래를 제한해왔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시장이 열렸을 때만 원화를 환전할 수 있었다. 서울 외환시장이 문을 닫은 밤 시간대에는 NDF 시장을 통해 환리스크를 관리하거나 원화가치 변동에 투자해왔다. 미국 경제지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주요 대외변수가 대부분 서울시장이 마감된 후 발생하면서 NDF는 사실상 밤사이 원화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NDF 환율이 급등락하면 다음날 서울시장 개장 직후 원/달러 환율이 이를 한꺼번에 반영하는 '갭 변동성'도 반복됐다.
정부는 NDF를 직접 규제하기보다 국내 현물환 시장의 거래시간과 참여자를 확대해 거래수요를 역내로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거래공백이 사라지면 야간의 충격이 실시간 시장에 반영돼 개장 직후 환율 급등락이 완화되고 거래량과 유동성이 늘어 가격발견 기능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장기적으로는 NDF의 영향력을 줄이고 원화가격이 국내 시장에서 형성되는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다. 실제 거래시간을 2024년 7월 오전 2시까지 우선 연장한 이후 국내 현물환 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123억1000만달러로 직전 5년 평균보다 44.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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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기업도 새벽시간에 대외변수가 발생하면 즉시 환헤지로 대응할 수 있다. 해외 투자자 역시 미국과 유럽 거래시간에도 원화를 조달할 수 있어 국내주식·채권투자에 대한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효과를 극대화하고 MSCI(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시장 접근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후속개혁도 추진된다. 정부는 2027년 역외 원화결제시스템을 구축해 해외 금융기관의 원화결제를 지원하고 오는 9월에는 대고객외국환중개업(Aggregator) 제도를 도입해 여러 플랫폼에서 가장 유리한 환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2027년 1월 본운영을 목표로 하는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 등 후속 외환시장 개혁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초기에는 심야시간대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아 작은 뉴스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이는 '오버슈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7월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한 뒤 시장이 닫혀 있는 동안 축적된 충격을 측정하는 갭 변동성 지표가 41.6% 줄었다"며 "24시간 개방 초기에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거래량 증가와 인프라 개선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