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탈세' 굽는 통로?… 대형 베이커리카페 파헤친다

세종=오세중 기자
2026.01.26 04:10

국세청, 운영 실태조사
10년 영위 후 증여땐 최대 600억 공제, '가업상속' 악용
서울근교 업체 중 자산·부동산 비중 고려 대상업체 선정

국세청이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의 운영실태 조사에 나선다. 최근 상속세 회피 또는 편법증여 경로로 베이커리카페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국세청은 25일 최근 개업이 급증한 서울·경기도권 소재 베이커리카페 중 자산규모, 부동산 비중, 매출 등을 감안해 선정한 일부 대형 베이커리카페의 운영실태 및 신고내용 전반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가업상속공제 한도액, 편법상속 및 증여 예시.

대형 베이커리 급증과 편법증여 의혹의 핵심엔 가업상속공제 규정이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상속세 혜택을 주는 제도다.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 승계한 경우 최대 600억원을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크게 낮춰준다. 대상 업종은 음식점, 제과점, 유치원, 병원 등이다. 커피전문점(음료점업)은 대상이 안되지만 베이커리카페(제과점)는 해당돼 상속세 절세수단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최근 서울 근교 등 대형부지에 문을 여는 베이커리카페가 늘었는데 이 중 일부는 고액자산가의 가업상속공제를 위한 편법수단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일례로 서울 근교 300억원 상당의 토지를 외동 자녀에게 상속하는 경우 136억원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그러나 이 토지에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개업해 10년간 운영하다 상속하고 자녀가 5년(사후관리기간)만 유지하면 가업상속공제 300억원이 적용돼 상속세가 0원이 된다. 자산이 부동산뿐인 베이커리카페를 개업해 형식적으로 운영하다 승계하는 경우까지 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중소·중견기업의 노하우와 기술승계를 지원하는 취지에 어긋나고 조세정의에도 반한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은 우선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아닌데도 교묘히 위장해 운영하는지 등 업종의 적정성을 살필 예정이다. 사업장 및 부수토지·시설·주차장 등이 가업상속재산에 포함되는 사업용 자산인지도 살핀다. 부동산 자산가액 대비 매출이나 상시 고용인원, 매출·매입내역, 실제 사업주 등도 확인한다. 국세청은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공제요건에 대한 사전·사후검증을 강화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황파악 중 창업자금 증여, 자금출처 부족 등 탈세혐의가 확인되면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가업상속공제 악용은) 중소·중견기업의 노하우와 기술승계를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의 취지에도, 조세정의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원점에서 점검하는 동시에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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