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금융당국이 17일(현지시간) 유권해석을 통해 가상자산을 둘러싼 '증권성 논쟁'을 10년 만에 종결한 데 대해 국내외 업계에선 규제 회색지대가 한층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법을 통한 시장구조 정립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이번 조치로 주요 가상자산 대부분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관할이 될 전망이다. 초기 시장의 호응은 양 기관이 비트코인·이더리움·엑스알피(옛 리플)·솔라나·체인링크 등을 기존 증권 규제에서 벗어날 '디지털 상품(commodities)'의 예로 든 데서 나왔다.
SEC는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보고 규제해왔다. 2020년 엑스알피 발행사 리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대표적 사례다. SEC는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도 증권법 위반혐의로 제소한 전력이 있다.
강동현 코빗 연구위원은 "이번 유권해석은 SEC와 CFTC의 관할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SEC가 대부분의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보지 않는 방향을 제시한 것은 게리 겐슬러 전 의장 시기의 강경규제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은 또 "자산의 관할권이 명확해지면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규제부담이 줄기 때문에 확실히 진입장벽을 낮추는 발표"라며 "아직 입법과 세부규정 정비가 남아 있어 이번 해석만으론 기관자금 유입이 곧바로 본격화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법적 성격을 명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했다.
대표 수혜대상으로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상장지수펀드)가 거론된다. 단순 현·선물 거래를 넘어 네트워크에 가상자산을 예치해 보상을 얻는 스테이킹 등 가상자산의 구조적 특성을 ETF 설계에 반영하기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김준성 쟁글 연구원은 "가상자산이 미등록 증권으로 재해석될 가능성 때문에 기관들이 내부 컴플라이언스와 수탁·회계·리스크관리 체계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에 토큰의 분류·투자계약 판단기준·비증권성 회복(separation)까지 포함한 구조적인 기준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실제로 2024년 이더리움 ETF 승인과정에선 스테이킹이 규제 리스크 탓에 제외된 선례가 있다"며 "이번 유권해석으로 스테이킹이 투자계약 대신 프로토콜 기반활동으로 정리되면서 제약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유권해석에서 '에어드롭'에 대한 기준이 구체화한 데 따라 가상자산 프로젝트 마케팅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그간 SNS(소셜미디어) 홍보활동을 요구하는 등 각종 참여조건을 내건 대가성 에어드롭은 투자계약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생겨 규제 리스크를 수반하게 됐다"며 "참여유도형 에어드롭은 감소하고 단순 무상배포나 사후보상 형태로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