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구조조정은 재정 당국의 해묵은 과제다.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예산을 써야 할 곳은 늘어나서다. '뼈를 깎는'이라는 형용사가 지출 구조조정 앞에 붙는 이유다. 지금까지 지출 구조조정은 재량지출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대상을 의무지출로 확대한다.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획예산처는 24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 예산 편성 방향'을 발표하며 내년 예산에서 의무지출 10%, 재량지출 15%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예산 편성의 출발점부터 의무지출 감축을 공식화한 것으로, 재정 당국이 의무지출 감축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임기근 기획처 차관은 "유례없는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뉜다. 의무지출은 관련법에 근거한 예산이다. 보통교부금, 보통교부세, 국민연금, 국고채 이자상환, 공무원 퇴직급여, 기초연금 등이 대표적인 의무지출이다. 해당 지출은 관련법에 근거하기 때문에 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지출 구조를 바꿀 수 없다. 법에 근거하지 않는 일반적인 지출은 재량지출로 분류한다.
의무지출 감축 노력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겸한 비상경제점검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직성 비용을 포함한 의무지출에 대해서도 한계를 두지 말고 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의무지출 감축을 곧바로 실행하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예산안은 통상 3월 말 예산편성지침, 5월 말 부처 예산요구, 8월 말 정부안 확정 등의 절차를 밟는다. 지난해 3월에 나온 예산편성지침은 윤석열 정부의 지침이었던 셈이다. 다음주에 확정될 예산편성지침은 이재명 정부가 온전히 만드는 지침이다.
의무지출 감축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처별로 의무지출 감축 방안을 마련하고, 후속 입법 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인 기초연금만 하더라도 기존 수급자들의 반발 등을 감수해야 한다. 교부금과 교부세는 교육청과 지방정부의 이해관계와 엮여 있어 개편이 쉽지 않은 항목이다.
그러나 실제로 의무지출이 줄어들 경우 파급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내년 총지출은 764조4000억원이다. 이 중 의무지출은 415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54.3%를 차지한다. 의무지출을 10% 줄이면 산술적으로 40조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절감한 예산은 다른 곳에 전략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
한편 임 차관은 이날 재정집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와 관련해 "추가경정 예산 마련 전까지 서민·취약계층과 수출 중소기업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예산을 빠르게 집행해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