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이를 기준으로 하는 국내 석유 최고가격제 가격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석유제품 가격도 재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조정과 함께 유류세 인하, 재정 지원 등으로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가격(MOPS)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싱가포르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51달러로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80달러) 대비 89% 상승했다. 싱가포르 경유 역시 이 기간 93달러에서 223달러로 140% 올랐다.
국제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달 초 국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1600원대에서 1900원대로 일주일만에 200~300원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 시중 주유소의 제품 판매가격은 국제유가 변동에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되지만 전쟁으로 인한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석유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로 최고가격제 시행에 나섰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설정할 수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 13일부터 최고가격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제품별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1724원(이하 리터당)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으로 설정했다. 최고가 시행 이후 가격 안정효과와 국제유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주 간격으로 최고가격을 조정하기로 했다.
최고가격은 주유소 판매가가 아닌 정유사 공급가에 적용되는데 최고가격제 시행 전 정유사 공급가보다 100~400원 낮게 최고가격이 설정되면서 시중 주유소에서도 그 만큼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 전국 휘발유 가격은 1873원으로 전일 대비 46원 하락했다. 이후 가격 안정세가 지속되며 현재는 1800원대 초반 가격이 유지 중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제 석유제품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오는 27일부터 적용되는 2차 최고가격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기준 싱가포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최고가격제 시행 전날(12일) 대비로도 각각 16.2%, 14.4% 상승한 상태다.
최고가격은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에 국제 석유제품가격 변동률과 각종 제세금을 반영해 산정한다. 1차 최고가격 시행 이후 2주 간 싱가포르 제품가격 변동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2차 최고가격은 10%대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현재 1800원 초반대인 휘발유 가격이 다시 1900~2000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는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해 국제 가격 변동률을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 국민 부담은 늘지만 그만큼 소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에너지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는 가격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가격 인상으로 소비 절감을 유도하면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향이 맞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도 최고가격제를 시세에 맞게 조정하면서도 유류세 일부 인하 등으로 국민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유류세를 대폭 깎아주면 부익부 빈익빈이 악화하는 문제가 있다"며 "유류세를 일부 깎아주고 일부는 재정 지출로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