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충격 현실화되나…한은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최민경 기자
2026.03.26 15:39

(종합)

[서울=뉴시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6.03.26.

중동 지정학적 긴장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부실 및 부동산 PF 리스크가 국내 금융안정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은 현재 국내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인 상태지만 복합 충격 발생 시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 금융불안 수준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달 기준 15.3으로 '주의'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FSI는 3월 중동상황 발생 이후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등하고 있다.

중장기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해 4분기 말 48.1로 장기평균 45.4를 웃돌았다.FVI는 금리 인하 과정에서 신용 확대와 자산가격 상승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장기 평균 상회도 금리 인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3월 들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FSI 지수가 더 올라갔고 추가 확대될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며 "FVI도 지난해 부동산 가격과 최근 주식 가격이 상승하면서 장기 평균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은이 가장 크게 경계한 대외 변수는 중동 리스크다. 한국은 원유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수입액 비율이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국보다 높은 데다 원유 수입 중 중동 비중은 70.7%에 달한다.

한은은 중동 사태가 에너지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 상승을 통해 물가와 성장에 충격을 주고, 위험회피 심리 강화로 환율·주가·금리 변동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시장 반응도 이미 나타났다. 한은은 중동 상황 이후 원화 약세와 주가 급락, 시장금리 상방 압력이 동시에 커졌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확대도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2월 말 32조7000억원까지 늘었고, 파생형 상장지수펀드(ETF)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 10조4000억원에서 2월 말 19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설명회에서도 한은은 외국인 매도와 머니무브, 신용융자 확대가 함께 나타났다고 짚었다.

한은은 중동 상황 장기화 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고, 특히 석유화학처럼 원유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채무상환 능력 저하와 회사채 차환 위험 확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리스크로는 부동산과 취약차주 문제가 동시에 거론됐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는 정부 대책 이후 서울 선호지역 중심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상승세 자체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의 증가세는 둔화됐다. 가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 지방 건설경기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맞물린 결과다. 한은은 자금이 부동산에서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증권 투자도 보고서의 주요 점검 대상이었다.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1조2661억달러로 늘었고, 이 가운데 개인 비중은 2080억달러, 16.4%였다.

특히 개인 해외투자는 미국 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한은은 이들 상품 대부분이 환헤지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해외 ETF에서 환헤지 비중은 10.4%에 그쳤고, 주식형 ETF만 보면 2.5% 수준이었다. 환헤지 수요가 늘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 효과가 생길 수 있지만, 현재 상태에선 환율 변동 시 개인 손실과 외환 수급 쏠림이 함께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한은은 대내외 충격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향후 2년을 가정해 '비관'과 '심각' 두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 이상이 지속되는 심각 시나리오에선 금융기관 자본비율이 상당폭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2년 뒤 시중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8.3%에서 16.7%로 1.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방은행은 15.8%에서 12.7%로 3.1%포인트, 저축은행은 15.7%에서 11.4%로 4.3%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한은은 이것이 곧 시스템 위기로 직결된다고 보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예금취급기관 자본비율이 "전체적으로는 양호하다"고 평가했고, 증권·보험사 역시 심각 시나리오에서 시장손실이 각각 자기자본 대비 최대 17%, 28% 수준에 이를 수 있지만 규제비율은 웃도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증권·보험업권의 평균 유동성확보비율도 심각 스트레스 상황에서 각각 113%, 321%로 100%를 상회했다.

한은 관계자는 "중동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 파급영향,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머니무브 등 대내외 요인이 맞물리면서 최근 높은 수준의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며 "성장 양극화, 대출금리 상승 등에 따라 취약부문 부실이 확대·장기화되고 자금 조달 애로가 가중될 경우 금융기관의 건전성 개선을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 및 성장과 함께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리스크, 환율 변동성의 영향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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