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3일만에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넘어섰다. 아직 가격 인상 요인이 적은 시점인데도 전체 주유소의 절반 이상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9일 석유가격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평균 1913.35원(이하 리터당)으로 전일 대비 16.75원 올랐다. 2차 최고가격이 시행되기 전날인 지난 26일 대비로는 60.35원 올랐다. 서울 경유 가격 평균 역시 현재 1891.55원으로 지난 26일보다 55.55원 오른 상태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63.51원, 평균 경유 가격은 1856.77원으로 지난 26일 대비 각각 44.51원, 40.77원 인상됐다.
지난 27일부터 석유제품 2차 최고가격이 인상 적용되면서 시중 주유소들도 이에 맞춰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2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1934원(이하 리터당)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지난 13일 시행된 최고가격 대비 210원씩 올랐다.
최고가격은 정유사 공급가에 적용되며 주유소는 공급가를 기준으로 적정 마진을 붙여 판매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통상 주유소들이 5일에서 2주 안팎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2차 최고가격 시행 3일만에 가격을 인상한 것은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도 나온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2차 최고가격 시행 이후 3일 동안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전국 1만여곳 중 55%에 이른다. 2차 최고가격 인상폭인 210원보다 더 인상한 주유소는 휘발유 91곳, 경유 70곳으로 집계됐다.
가격 인하 요인이 컸던 1차 최고가격 시행 기간(13~26일) 동안 가격을 인하한 것보다 2차 최고가격 시행 3일만에 더 많이 인상한 주유소는 휘발유 1425곳, 경유 913곳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석유제품에 대해 체감하는 '내릴 땐 천천히, 오를 땐 빨리'가 현실화된 셈이다.
정부는 전국 1만여개 주유소 가격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2차 최고가격 시행 이후 곧바로 가격을 올린 주유소에 대해서는 폭리를 취하는 행태로 판단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정부 대응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고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은 지난 27일 기준 휘발유 130.51달러(이하 배럴당), 경유 237.83달러로 중동 전쟁 이전인 지난달 26일 대비 각각 64.6%, 156.9% 상승했다. 지난 23일 고점(휘발유 157.22달러, 경유 242.89달러) 대비로는 다소 하락했으나 평시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휘발유·경유 2차 최고가격이 1900원대임을 감안하면 주유소 판매가격도 곧 20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20일(2002.16원)이 마지막이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수출 감소량은 하루에 1000만배럴이며 봉쇄가 4월까지 이어질 경우 전 세계 석유 공급은 약 5억2000만배럴 축소될 전망"이라며 "중동 석유 수입량이 많은 한국과 일본에 단기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