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역대급 흑자여도 환율 급등…"해외 투자가 원인"

최민경 기자
2026.04.17 06:00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6091.39)보다 58.10포인트(0.95%) 상승한 6149.49에 개장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1152.43)보다 10.57포인트(0.92%) 오른 1163.00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74.2원)보다 0.6원 내린 1473.6원에 출발했다. 2026.04.16.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출이 잘되면 원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무역보다 자본 이동이 환율을 더 크게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금융충격'이 발생하면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포인트 늘어날 때 원/달러 실질 환율은 약 0.65% 상승(원화 약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같은 규모의 자본 이동이 발생했을 때 환율이 더 크게 움직이는 편이다. 환율 반응 정도를 나타내는 계수는 한국이 0.65로, 신흥국 평균(0.71)보단 낮지만 미국(0.07)이나 일본(0.38)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외환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일수록 환율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5년 이후 이런 변화가 뚜렷해졌다. 2023년 들어서는 경상수지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원화가 약해지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환율의 움직임 자체도 예전보다 더 크게 출렁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는 123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GDP 대비 비중도 2000~2010년 평균 1.5%에서 2011~2025년 4.3%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환율 흐름은 반대로 움직였다.

한은은 원인으로 경제 구조 변화를 지목했다. 한국은 2014년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한 이후 해외자산을 빠르게 늘려왔다. 2025년 기준 순대외자산은 9042억달러, 총 대외자산은 2조8752억달러에 달한다.

과거에는 외국인 자금 흐름이 환율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자산이 늘면서 외환시장에서도 거주자의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자산의 성격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외환보유액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증권투자 비중이 44.1%(주식 34.0%)까지 올라왔다. 국가가 아닌 개인과 기관이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투자 대상도 쏠려 있다. 해외 투자 중 63.4%, 주식은 67.7%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달러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확대된 상태다.

보고서는 경상수지의 성격도 단순히 수출 경쟁력의 결과라기보다 총저축에서 총투자를 뺀 '순저축'의 결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화와 투자 둔화로 저축이 늘어나면서 경상흑자는 확대되지만 동시에 이 자금이 해외로 투자되며 자본유출과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과거에는 수출을 많이 하면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고 원화도 강세가 됐는데 최근에는 자본 유출입이 환율을 움직이고, 이 환율이 다시 수출에 영향을 주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환율 상승폭(19%)을 분석해보니 달러자산 투자 증가가 9%, 저축 증가가 9%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출 등 상품 요인의 영향은 1%에 불과했다. 환율 움직임의 대부분이 무역이 아니라 자본 이동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시기별로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2014년까지는 실질환율 하락분 15% 중 13%가 상품충격 영향으로 수출 중심의 원화 강세 구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2024년 3분기까지는 실질환율이 34% 상승했으며 이 기간에는 상품충격(14%)과 함께 달러자산 수요(11%), 저축 수요(10%)가 모두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 변동성의 성격도 달라졌다. 분산분해 결과 2000년 이후 환율 변동의 80% 이상이 금융요인에 의해 설명되며 상품요인의 비중은 19%에 그쳤다.

특히 환율이 급등할 때는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와 겹쳤다. 과거에는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 주요 요인이었지만, 2020년 이후에는 위험회피 심리와 무관하게 거주자의 해외자산 투자 확대만으로도 환율 상승이 나타났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외환 수급 불균형 완화가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지수 편입 등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심도가 깊어질수록 동일한 충격에 대한 환율 반응은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 참여자와 거래 기반을 넓히는 것이 변동성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해서는 "최근 환율 급등은 달러자산 수요 같은 변동성이 큰 요인의 영향이 크다"며 "현재와 같은 높은 환율이 고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이 일정 부분 마무리되면 환율도 안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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