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시장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관리'와 '시장 정상화'라는 중대 기로에 섰다. 정부가 획일적이었던 공공 충전요금을 출력별로 쪼개고 운영비 부담이 큰 초급속 충전 요금을 전격 현실화하기로 해서다.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 정부가 주도하던 충전 생태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재명정부의 전기차 확대 기조와 요금 인상이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8일 발표한 개편안의 핵심은 요금 체계의 세분화다. 현행 100kW(킬로와트) 미만·이상 2단계 체계는 급속하게 발전한 충전 기술과 설비 단가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는 인식에서다. 정부는 30kW 미만(완속)부터 200kW 이상(초급속)까지 5개 구간으로 세분화했다.
특히 200kW 이상 초급속 요금은 391.9원/kWh로 책정돼 현행보다 약 13% 인상된다. 반면 이용자의 70~80%가 사용하는 30kW 미만 완속 요금은 294.3원으로 약 9.3% 인하된다. 기후부는 이를 통해 '수익자 부담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빨리 충전하고 싶은 이용자는 그만큼의 '서비스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하고 일상적인 완속 충전 이용자에게는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논리다.
이번 요금 현실화의 원인 중 하나는 누적되는 운영 적자로 보인다. 초급속 충전기는 완속 대비 설치비와 고정비 부담이 압도적이다. 한국전력의 전기차 충전용 전력 요금 체계를 적용하면 200kW 초급속 충전기 한 대당 매달 지불해야 하는 기본요금만 약 52만 원에 달한다. 이용객이 단 한 명도 없어도 연간 600만 원 이상의 고정비가 한전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여기에 기당 수억 원에 달하는 초기 설치비와 8년의 내구연한에 따른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2단계 요금제로는 민간 사업자는커녕 공공 인프라조차 유지하기 힘들다. 이번 요금 개편이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닌, 인프라 붕괴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확대 기조와 이번 요금 인상이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전 요금이 휘발유 가격에 근접할수록 전기차의 경제적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후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요금 측정의 투명성을 통해 민간 시장의 자율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며 "의무적인 요금 공개가 민간 시장 가격 경쟁 촉진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