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공정위 판단 달라진 이유

쿠팡,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공정위 판단 달라진 이유

세종=김온유 기자
2026.04.29 14:29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피해자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김범석을 처벌하라'는 손피켓을 들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피해자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김범석을 처벌하라'는 손피켓을 들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만에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자연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 지정한 데는 친족(동생 김유석)의 '실질적인' 경영 참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2024년, 올해 세 차례의 심사 이후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는데, 불과 2년 전까지 충족했던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불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청문회와 공정위 신고 접수 등으로 허위 자료 제출 여부를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친족의 경영참여가 드러났다.

다만 공정위의 판단이 달라진 데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친족 경영 참여가 꾸준히 지적됐으나 '형식적인 참여'에 그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중요한 건 직급·보수의 형식적 측면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등기임원하고 보수 수준이 과연 유사한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급 같은 경우에도 쿠팡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등급이 있는데 그 등급과 비교했을 때 김유석 같은 경우에는 거의 최상위 등급이라는 걸 현장조사 때 추가적으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전 두 차례 심사…김범석, 동일인 지정 왜 무산됐나

앞서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을 처음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도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했다. 김 의장이 쿠팡을 사실상 지배한 것으로 봤지만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외국인이 총수인 경우 사익편취 규제 등 제재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상 제도적 미비가 자연인의 동일인 지정을 막아준 셈이다.

공정위는 2024년 5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시행하면서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마련했으나, 쿠팡이 이를 모두 총족했다고 봤다. 제도적 미비를 이유로 들었던 과거와 달리 제도 시행 이후에도 쿠팡이 법망을 피해간 것이다. 예외조항 마련 자체가 '쿠팡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공정거래법은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때와 비교해 기업집단의 범위가 같을 것 △자연인이 국내 계열회사가 발행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것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의 발행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것 △자연인의 친족이 임원 재직 등의 방법으로 국내 계열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을 것 △자연인 및 그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을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할 때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년 전과 다른 판단…공정위 "쿠팡, 자료 허위제출…공청회·신고 접수로 확인"

이번 세 번째 심사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공정위가 새로운 정보로 친족인 김 부사장의 실질적인 경영참여 정황을 파악하면서다. 이에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등 사익편취의 우려가 없을 것' 등의 요건이 불충족됐다고 봤다.

최 국장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제출하는 기본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저희가 대기업 집단을 지정하고, 사후적으로 허위자료 제출이거나 문제가 있을 때 책임을 묻는 방식이 계속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 같은 경우에도 그런 맥락에서 지정한 거고, 올해 같은 경우에는 쿠팡 청문회 때 언론에서 문제제기도 있었고, 쿠팡 관련해서 김유석의 경영 참여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며 "그 신고에 따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낸 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에서 다른 등기임원들의 보수 등을 직접 확인해 복합적으로 김 부사장의 지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대외적인 직급보단 회사 내부의 영향력을 살폈단 설명이다. 실제로 내부엔 최상위 등급의 임원이 1명, 바로 아래 등급이 김 부사장으로 대표이사급이었다고 한다.

최 국장은 공시를 통해 이를 확인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개별 공시가 아니라 결국 쿠팡 집단 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등기임원 등을 상대적으로 비교해야 해 개별 공시만으로 파악하긴 한계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간 쿠팡의 자료 제출만으로 동일인 지정 여부를 판단하다가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단 취지다. 사실상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김 의장 동일인 지정 계기가 마련됐단 것으로, 신고가 없었다면 허위 자료 제출을 확인하기 어려웠단 얘기다.

앞서 쿠팡은 2024년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공정위에 '김범석 의장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임원으로 재직하지 않고,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낸 적이 있는데, 허위 자료였던 셈이다.

이에 단순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동일인 지정 여부를 판단하는 현 구조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최 국장은 "(동일인)지정 외에 허위자료 제출하고도 연계가 되는데 이 부분은 지정과 다르게 별도(제재 여부 등)의 법적 요건이나 이런 걸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의 공정자산총액은 27조1970억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가 전년 22위에서 25위로 세 계단 올랐다. 한화 그룹의 경우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가 7위에서 5위로, 롯데와 포스코는 각각 한 계단씩 하락해 6위와 7위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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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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