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법인으로 지정해야"…대기업 '총수 제도' 개편 목소리↑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김온유 기자
2026.05.02 06:15

[갈라파고스 규제, 기업 총수의 족쇄]②

법인이 동일인인 기업집단/그래픽=김지영

흔히 대기업집단의 총수로 불리는 동일인을 두고서 개편 논의가 이뤄진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두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 전문가들은 동일인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일인 제도는 자연인 총수 한 명이 기업 전체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제도"라며 "그 사이 국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나 기업 현실이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가족 관념이 달라져서 친인척 중 외국인인 경우도 많이 생기고, 자료 제출 의무가 생기는데 협조가 안되는 경우도 많다"며 "동일인 규제를 푼다기 보다는 드러난 범위 안에서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법인 중심의 동일인 제도를 제안한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102개 기업집단 중에서 법인이 동일인인 곳은 12개다. 나머지는 자연인(사람)이 동일인이다.

쿠팡의 경우에도 지난해까지는 법인이 동일인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하고 있는 예외조항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정부가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일인 제도는 기업인을 추적해서 처벌하는 목적이 아니고, 어떤 한 사람의 지배력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하지만 국내에서 사업하는 기업에 대한 통제수단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을 중심으로 동일인을 지정해도 단일한 지배 체제 하에 있는 기업집단을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다"며 "잘못된 걸 억제하는 건 맞지만, 지나치게 강한 방망이를 휘둘러 필요 이상으로 기업 행위를 억제하고 위축시키는 제도 자체에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동일인이라는 사람을 타깃으로 규제하다 보니, 사람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되는 것"이라며 "현대적인 지배구조 흐름과 맞추기 위해선 개인보단 법인을 중심으로 거래 관계를 파악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일인 제도는 40년 동안 충분히 역할을 했지만 변화를 모색할 때"라며 "법인 동일인 지정의 물꼬를 텄으니 그걸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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