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치고 '수출 5강' 등극?…"반도체 빼면 암울" 한국 경제 명과 암

세종=박광범 기자,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최민경 기자
2026.05.05 06:30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다./사진제공=뉴스1

중동 전쟁 장기화 속에도 한국 경제 성장률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의 성장세가 제자리걸음에 그치는 등 'K자형 양극화' 우려도 증폭된다.

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JP모건체이스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전망(2.2%)보다 0.8%p(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 밖에 △씨티그룹(2.2%→2.9%) △캐피탈 이코노믹스(1.6%→2.7%) △BNP파리바(2.0%→2.7%) △골드만삭스(1.9%→2.5%) △ANZ(2.0%→2.5%) △바클레이즈(2.0%→2.4%) △노무라(2.3%→2.4%) 등 기관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국내에선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일 '2026년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작년 9월 전망)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지난달 블룸버그가 42개 기관을 대상으로 집계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은 2.1%로 한 달 전보다 0.1%p 높아졌다. 이들 기관 중 25곳은 아직 한국의 1분기 GDP(국내총생산) 실적을 반영하지 않은 만큼, 향후 한국 경제 성장 전망 평균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 경제 성장을 둘러싼 낙관적 전망이 우세해지는 건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수출 증가세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GDP는 전기 대비 1.7% '깜짝 성장'했다. 2020년 3분기(2.2%)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와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 등의 영향이다.

반도체 호조는 수출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73.5% 급증한 31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300억달러대 수출 실적이자 13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정부 목표치인 7400억달러는 물론 800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선 일본을 넘어 '수출 5강'에 오를 수 있단 기대까지 나온다.

코스피가 4% 넘게 급등하며 사상 첫 장중 6900선을 돌파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다만 일각에선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경기 지표 전반에 온기가 싹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깜짝 성장'에서 반도체 제조업 분야 기여도는 55% 수준에 달했다. 1분기 성장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또 지난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7.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20% 안팎이던 비중이 지난해 24.4%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난달 △가전(-20.0%) △철강(-11.6%) △이차전지(-6.5%) △자동차부품(-6.0%) △자동차(-5.5%) △디스플레이(-2.7%) △일반기계(-2.6%) 등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7개 품목의 수출은 1년 전보다 감소했다. 특히 석유제품은 유가 급등으로 수출 단가가 크게 올라 수출액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39.9% 증가했지만, 수출물량 기준으로는 36.0% 감소했다.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세가 실물 경기 부진을 가리고 있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미래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3월 103.5로 전월 대비 0.7p 상승했다.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7개 지표 중 하나인 코스피가 급등한 점이 선행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스피 상승의 배경에도 반도체 호조가 자리한다.

하지만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3월 100.1에 그쳤다. 선행종합지수와 동행종합지수 간의 격차는 3.4포인트로 16년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두 지표 간 격차가 벌어지면 향후 경기 판단에 착시가 발생할 우려가 생긴다.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방문한 유상대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지금 반도체 경기가 좋아서 성장률이 높은 것이고, 걱정하는 것은 반도체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어떻게 되느냐는 점"이라며 "예전에는 반도체 경기가 좋으면 국내 소비와 건설 등으로 낙수효과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 효과가 약하다는 점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반도체 사이클이 기존 사이클보다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걱정의 정도는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기 전까지 경기를 부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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