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3월에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로선 중동 리스크가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를 흔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월 수출도 8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당분간 반도체발 성장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73억3000만달러 흑자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5개월 연속 흑자 흐름이다. 상품수지도 350억7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2월 말부터 본격화된 중동전쟁이 성장 흐름을 꺾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 급증세가 경상수지 호조를 견인했다. 3월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9.8% 증가했고, 컴퓨터주변기기는 167.5% 늘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가 한국 반도체 수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반도체는 지금 물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설비투자와 자본재 수입도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수출 가격과 물량 추이를 보면 중동 분쟁이 이를 크게 흔드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석유제품(+69.2%) △화공품(+9.1%) △철강제품(+5.9%) 등 비IT 품목의 수출도 증가했다. 김 국장은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올라도 석유제품 수출 가격도 오르면서 상품 수출과 수입 양쪽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반도체 중심 성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4월 통관 기준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858억9000달러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만 319억달러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은 2개월 연속 수출 300억달러 이상 13개월 연속 해당 월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한국 수출 증가세를 계속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동전쟁 영향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유가 급등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변수다. 4월 통관 기준 원유 도입 단가는 배럴당 112억3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약 45% 올랐다. 4월 원유 수입은 중동 전쟁으로 수입 물량은 감소했으나 유가 급등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으로 13.1% 증가한 70억달러를 기록했다.
김 국장은 "4월부턴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기 시작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연간 경상수지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도 중동발 충격은 일부 확인된다.미국, 중국, 동남아 등 주요 시장 수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3월 중동 지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9.1% 감소했다. 4월 역시 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 등 영향으로 2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