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내 자산 토큰화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부동산·음원저작권·미술품 등 비정형 자산을 중심으로 토큰증권 거래를 활성화하되, 유동성 확보와 공시·수탁·가치평가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 금융안정국 비전통금융분석팀은 14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 및 향후 정책 과제'에서 "국내 자산 토큰화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서는 시장 수요가 확인된 비정형적 자산을 중심으로 토큰증권의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산 토큰화는 부동산, 금 등 실물자산이나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에 대한 권리를 분산원장에 기록하고 토큰 형태로 발행·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자산의 발행·유통·결제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금융 인프라 전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503억7000만달러로, 전통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연간 성장률은 2023년 65%, 2024년 93%, 2025년 169%로 확대됐다.
자산별로는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회사채 등 신용자산 토큰이 전체의 51%를 차지해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머니마켓펀드(MMF)와 국채 기반 토큰화 상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MMF·국채 기반 토큰 규모는 142억6000만달러로 전체의 28%를 차지했고, 이 중 미국 국채 비중은 91%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미국의 토큰화 규모는 341억달러로 전체의 65.2%를 차지했다. 유럽은 14.5%, 케이맨제도·버진아일랜드 등 규제피난처는 14.4%로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한은은 국내에서는 음원저작권, 부동산 등 조각투자에 분산원장 기술을 접목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올해 2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토큰증권을 발행·유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조각투자 누적 규모는 올해 1월 기준 약 6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토큰화의 장점으로 △거래 효율성 △유연성 △거래 리스크 축소 △접근성 △투명성 등을 꼽았다. 자산 거래 전 과정을 분산원장에서 통합 처리하면 결제 주기를 단축하고 중개·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계약을 활용한 원자적 결제는 대금 지급과 자산 이전 간 시차로 인한 미결제·부분결제 리스크를 줄인다. 24시간·7일 거래 환경은 시간적·지리적 제약을 완화할 수 있다.
고가 자산을 잘게 쪼개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됐다. 부동산, 음원저작권, 미술품 등 기존에 유동화가 쉽지 않았던 자산도 토큰화와 온체인 거래 인프라를 통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융안정 리스크도 적지 않다. 한은은 토큰화 자산과 기초자산 간 유동성 불일치, 재담보화에 따른 레버리지 확대, 운영·기술·법률상 취약성, 시장 분절 등을 잠재 리스크로 지목했다. 특히 토큰화 자산은 온체인에서 상시 거래될 수 있지만 기초자산은 기존 금융시장의 거래시간과 결제주기, 매각 비용 등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시장 불안 시 대량 매각과 연쇄적인 디레버리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스테이블코인과의 연결성도 주의해야 할 대목으로 꼽혔다. 한은은 토큰화 시장과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연결고리가 강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인 단기 국채와 예금 등 전통 금융자산 시장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정책 과제로 우선 시장 수요가 확인된 비정형 자산의 토큰증권을 활성화하고, 이후 인프라 운영 경험을 토대로 전통 금융자산별 특성을 고려한 확대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온체인 데이터와 오프체인 정보를 결합한 통합 모니터링, 조기경보 지표 개발, 토큰화 특성을 반영한 스트레스 테스트 고도화, 한은·금융감독기구·유관기관 간 공동대응 체계 구축 등 거시건전성 차원의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결제자산과 관련해선 중앙은행 화폐나 은행 예금을 우선 활용하자고 제언했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의 단일성 유지와 신뢰성 확보 등을 위해 토큰화 자산의 결제자산으로 중앙은행 화폐, 디지털화폐 포함, 또는 은행 예금, 예금토큰 포함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엄격한 규제 준수와 준비자산 안정성이 확보되는 경우 보완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