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담합' 역대 최대 과징금…반복 담합에 칼 빼든 공정위

세종=김온유 기자
2026.05.20 15:52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약 6년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된 제분사 7곳을 제재했다. 공정위는 20일 대한제분·씨제이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 7곳의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담합 사건 사상 최대인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제면·제과·제빵업체 등에 판매하는 기업 간 거래(B2B)용 밀가루 공급가격과 공급물량을 합의·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재 대상 제분사 7곳은 2024년 매출액 기준 국내 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점유율 87.7%를 차지하는 과점사업자다.2026.05.20.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이번 '밀가루 담합'에 부과된 역대 최대 과징금은 반복된 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중처벌적 성격이 짙다.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7개 제분사들이 상·하위 사업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위반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가 반복된 담합에 대한 강한 제재 의지를 내비쳤던 만큼, 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설탕·제지·밀가루 등 국민생활에 밀접한 품목에 대한 대규모 담합에 '철퇴'를 가한 데 이어 여타 품목에 대해서도 위법이 발견될 경우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공정한 경쟁을 회복해 민생품목의 가격안정을 이끌어내겠단 취지다.

20일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의 밀가루 공급가격 및 공급물량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6710억4500만원)은 관련매출액(5조6900억원)에 부과기준율(상위 사업자 15%, 하위 10%)을 적용한 뒤 가중·감경 사유를 반영해 결정됐다.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위반행위나 가담의 정도를 고려해 상위 사업자는 15% 부과기준율을 적용했고 하위 사업자의 경우 10%로 조정했다"며 "LPG 때가 관련 매출액은 더 높은데, 그때보다 (부과기준율) 기준이 높아져서 과징금이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밀가루 담합 이전 가장 높았던 과징금은 2010년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회사 담합 사건에 부과했던 6689억원으로, 당시엔 5% 혹은 7%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했다.

특히 이번이 두 번째 적발이라는 점이 역대급 과징금이 부과된 주된 배경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2006년에 7개 제분사들의 담합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435억4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이 반복되는 이유로 제분업계의 과점상태도 거론된다. 국내 제분시장에서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등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은 62%에 달한다. 삼양사, 대선제분, 삼호제분, 한탑 등까지 포함하면 7개사의 점유율은 87.7%에 이른다. 과거에도 담합으로 제재 받은 제분업계가 재차 제재를 받은 만큼 자정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로 공정위도 제분업계를 담합에 취약하다고 보고있다.

남 부위원장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대적으로 하위 사업자들이 상위 사업자에 비해 적극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하위 사업자들도 상위 사업자들한테 먼저 문의해서 가격정보를 이렇게 취득하려는 노력들이 많이 보인다"며 "반복되는 담합에 대해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과 직결되는 담합행위, 가격재결정 명령 적극 사용"

공정위는 설탕·인쇄용지·돼지고기·계란·밀가루에 이어 전분당 가격 담합에 대한 제재도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민생 물가를 위협하는 담합 행위에 대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최근 전분당 담합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전분사 제조·판매사들에게 송부했다.

담합(부당 공동행위)에 대한 억지력 향상을 위해 과징금 체계도 개편했다. 대표적으로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0.5%→10%)의 경우 과징금 하한이 20배 높아졌다. 정부는 과징금 상한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1.5배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향후 반복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 수준을 100%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특히 가격재결정 명령도 적극 사용할 계획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담합 전으로 가격을 되돌리겠단 의지다. 공정위는 2006년 7개 제분사에 '가격재결정 명령'을 처음 부과한 뒤 20년 만에 인쇄용지 가격을 담합한 제지사 6곳과 이번 '밀가루 담합' 7개 제분사에 가격재결정 명령을 부과했다.

남 부위원장은 "실제로 민생과 소비자들하고 직결되는 부분에서 담합이 깨졌을 때, 가격 인하 효과가 소비자들이 돌아가는 혜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생활하고 밀접한 품목들은 적극적으로 가격재결정명령을 사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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