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계약은 악재' 옛말 되나…K바이오 협업 재평가 원년 기회

'中 계약은 악재' 옛말 되나…K바이오 협업 재평가 원년 기회

정기종 기자
2026.05.20 17:16

리가켐·앱클론 中 파트너십 신약 후보 '상업화 분수령'…하반기 후기임상 결과 발표
"선진국 못가서 中 갔다" 인식 변화 조짐…상업화 성과 기반 위상 변화 원년 전망

중국 바이오텍과 손잡은 국산 신약 후보물질이 상업화 성공을 좌우할 주요 결과를 연내 잇따라 내놓는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무대 위상이 높아진 중국 바이오와 국내사 협업이 '상업화'라는 결실로 이어질 원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올해 결과들이 중국 파트너십에 대한 기존 할인 요인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양국 공동개발 모델의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와 앱클론, 아리바이오 등은 각각 연내 중국 바이오텍에 기술 또는 판권을 이전한 핵심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여부를 가를 주요 임상 결과 도출을 앞두고 있다. 중국 현지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중요한 이정표로 꼽히는 발표들이다.

리가켐바이오(138,200원 ▼12,100 -8.05%)는 2015년 중국 푸싱제약에 이전한 'LCB14'가 올해 상업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푸싱제약이 'FS-1502'란 이름으로 HER2 양성 유방암 3상을 진행 중인데, 연내 결과 도출과 현지 허가 신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말 전후로 품목허가를 위한 환자수 데이터가 확보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LCB14는 리가켐바이오의 첫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다. 중국 허가가 이뤄질 경우 리가켐바이오 기술수출 사례 중 첫 상업화라는 의미도 있다. 중국 외 권리를 보유한 익수다 테라퓨틱스 역시 같은 적응증으로 1b상 중간결과 도출을 앞두고 있는 만큼, 물질 가치를 입증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16년 앱클론(35,900원 ▼650 -1.78%)이 중국 헨리우스에 이전한 HER2 항체 치료제 'AC101'(HLX22) 역시 4분기 중국 유방암 임상 2상 개념검증(PoC) 결과 확인이 예상된다. PoC는 특정 약물이 사람에게서 기대한 효능을 보이는지 처음으로 확인하는 데이터인 만큼, 상업화를 위한 주요 지표다.

특히 해당 임상은 유방암 분야 대표 ADC 치료제인 '엔허투'와의 병용 요법으로 1차 치료제 지위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단순 효능 검증을 넘어 사실상 표준 치료법 지위를 확보한 엔허투 기반 차세대 병용 전략 가능성을 확인할 기회라는 평가다.

아리바이오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미국·유럽 등 글로벌 판권을 푸싱제약에 최대 7조원 규모로 이전했다. 이미 AR1001의 중화권 파트너로 협력해 온 푸싱제약이 대규모 추가 투자를 했다는 점에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AR1001은 올해 9월 임상 3상 톱라인(주요지표) 결과 발표 후 내년 미국 품목허가에 도전할 계획이다.

국산 바이오 기술의 중국 기술수출은 그동안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이 대부분 미국·유럽 기업인 것은 물론, 중국 바이오를 한 수 아래로 평가하는 시선 역시 해당 분위기에 일조했다.

때문에 국산 바이오 기술의 중국 기술수출은 그 규모를 떠나 '선진국에 수출하기 부족한 기술'이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10건 이상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원천기술 수출로 해당 분야 글로벌 대표 기업이 된 리가켐바이오 역시 푸싱제약을 상대로 한 첫 기술이전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최근 중국 바이오의 위상 변화가 분위기를 바꿨다. 중국은 2021~2025년 5개년 계획에 생명공학 분야에서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으며 공격적 지원책과 투자를 집행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빠른 임상 개발과 허가 전략으로 이어졌고, 신규 모달리티 확보에 집중하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실제로 머크와 로슈,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은 최근 2~3년 내 ADC를 중심으로 한 중국 신약후보들에 조단위 자본을 대거 투자하며 공격적으로 중국 기술을 유입했다. 이에 업계에선 최소한 ADC 또는 그 이상의 분야에서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가 공공연한 상태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회장은 "ADC 분야에서 국내사 관건이자 장애물은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라고 평가했다. 이중항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수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한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상훈 대표도 "우호적 자본 환경과 이를 기반으로 한 발 빠른 임상 의사 결정과 진행을 앞세운 중국은 ADC나 항체만 놓고 보면 현재 국내 보다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며, 미국과 같은 대형 선진국이 아닌 모든 국가엔 가장 큰 경쟁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업계는 올해 공개될 주요 후기 임상 결과들이 단순 기술수출 계약을 넘어, 중국 파트너의 글로벌 개발·사업화 역량까지 함께 검증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공 사례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 협업에 대한 국내 바이오업계와 시장의 인식 변화도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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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정기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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