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세종로와 세종시

세종=정현수 기자
2026.05.28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곧 출범 1주년을 맞이한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은 '유능'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코스피 지수 8000 돌파, 성장률 제고, 수출 7000억달러 돌파 등 경제적 성과가 전면에 등장한다.

반도체 호황에 기댄 성과라는 박한 평가도 있다. 그러나 관세와 이란 등 '전쟁'이라는 단어가 빈번하던 시기에 통상 협상과 재정 정책 등에서 비교적 기민하게 대응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

이 과정에서 또렷해진 장면이 있다.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 서울 세종로 1번지, 즉 청와대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 역할이 두드러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거 정부와 비교할 때 그 정도가 강하다.

위기 상황에서 하향식 의사결정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을 수 있다. 그만큼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다. 세종로 1번지와 세종시의 물리적 거리만큼 그 간극이 벌어져 보인다.

국무회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과거 국무회의는 상상의 영역이었다. 몇 주 뒤 공개되는 회의록으로 국무회의 모습을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국무회의를 생중계하며 민낯을 드러냈다.

참신한 시도로만 그친 게 아니다. 주목도가 커진 만큼 국무회의를 들여다보는 이들이 늘었다.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국무회의는 정책의 최대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정책을 두고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 오간 대화가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뭐 이리 보고를 많이 해요"라고 한 발언은 국무회의의 달라진 모습을 대변한다.

각 부처는 국무회의 때 중요 정책을 보고하려 애쓴다고 한다. 과거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정부 부처 내 정책 플랫폼을 통해 주요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제는 국무회의가 대국민 정책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청와대로 대표되는 강력한 정책 리더십은 최근 1년 동안 부정적 영향보단 긍정적 영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청와대 중심의 강한 리더십 이면에는 중앙 부처의 전문성과 자율성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 정부 부처가 청와대 정책을 집행하는 조직으로만 비치는 모습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관료 사회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정책 의제를 발굴하고 상향식 제안을 내놓는 움직임은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정책 논리와 완성도보다 청와대의 기조와 관심사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종로와 세종시의 물리적 간극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정책의 무게추마저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기 시작한다면 중앙 부처의 존재 이유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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