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공정설비 앞에서 데이터가 공정을 지휘하기 시작한다. 과거 하나하나 사람이 하던 지휘공정은 자동화와 AI(인공지능)에 힘입어 스스로 움직인다. 산업단지 내 공장들에선 스스로 생각하는 시스템들이 전과정을 이끄는 혁신의 물결이 시작됐다.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이 추진하는 '인공지능 전환 (AX:AI Transformation) 실증산단 구축사업'이 전국 10개 산업단지를 M.AX(Manufacturing AX)의 실험실로 바꾸고 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공급망·물류·품질·안전 전과정에 AI를 이식하는 현장이다. 산단공은 2025년 10월 전국 10개 스마트그린산단을 'AX실증산단'으로 선정했다. 2028년까지 산단당 국비 140억원, 총 1400억원을 지원한다. 지방비·민간투자를 합산한 총사업비만 약 244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세 축으로 움직이는데 첫째가 'AX선도공장'이다. 이 목표를 위해 산단의 핵심 대기업이 AI 실증모델을 구축하고 협력 중소기업에 성과를 이식한다. 'AX종합지원센터'에선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 등 공용 AI 인프라를 구축해 입주기업의 AI모델 개발과 실증을 지원한다. 'AX얼라이언스'를 통해선 산학연관이 협력해 산단 전체의 AX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생태계를 조성한다.
특히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업종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이다. 기계·방산(창원)부터 조선기자재(부산) 석유화학(울산·여수) 디스플레이(천안) 자동차(광주) 바이오(강원)까지 대한민국 제조업의 주력 업종이 M.AX 전환의 실험무대가 된다.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입주기업 3292개사, 생산액 60조9000억원, 고용 12만3000명 규모의 국내 최대 기계산업 집적지다. 경남 전체 생산의 49.5%, 수출의 36%, 고용의 36.6%를 이 한곳이 담당한다. 이곳에서 경남테크노파크 주관으로 2025년 10월에 착수한 'AX 대표 선도공장 실증 및 확산사업'(총사업비 222억원)은 두산에너빌리티·현대위아·삼현 세 기업을 중심으로 3개 M.AX 모델을 동시에 실증 중이다.
우선 대·중·소 상생형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두산에너빌리티는 150여개 협력사와 4만여개 부품의 납기·품질을 AI 공급망 관리시스템으로 실시간 추적·예측한다. AI모델 7개, 데이터셋 14건을 개발해 가스터빈의 연산 생산량은 2대에서 8대로, 매출은 1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투자 강화형 사업을 진행 중인 현대위아는 울산에서 창원으로 이전하는 200억원 규모의 S엔진 제조라인에 차상형·견인형 AMR(자율이동로봇)와 무인지게차 등 자율물류 기술을 적용한다. 물류공정 무인화율 60~7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삼현은 자동화 생산라인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가성불량'을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비정형 품질문서 표준화, AI 예측모델, 디지털트윈 VR(가상현실)로 해결해 가성불량 발생률을 30%(연간 200건) 낮추는 게 목표다.
김은철 산단공 경남본부장은 "창원이 대한민국 제조 AX의 대표 성공모델이 되도록 생태계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첨단산업단지에선 ㈜광주글로벌모터스와 한국알프스㈜ ㈜호원이 AX선도공장이다. 광주산단의 사업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M.AX 카라반'이라는 독특한 현장밀착 프로그램에 있다. M.AX 카라반은 △입주기업의 AI교육 △수요-공급기업 매칭상담회 △현장 카라반 등 5개 프로그램을 연중운영한다. M.AX 카라반은 대기업 선도공장 모델이 미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AI 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 군산은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이 주관을 맡아 차별화된 접근법을 택했다. 특정 대기업 선도공장 대신 제조AI 오픈랩을 거점으로 열성형·재료수명분야 AI솔루션 10종을 개발하고 이를 5개 가상공장에서 실증한다.
한편 10개 산단에서 시작된 M.AX의 불씨는 올해 더 확산된다. 산업부와 산단공은 '2026년 스마트그린산단 지원사업 통합공모'를 통해 AX실증산단 3곳을 추가로 선정한다. 올해 900억원을 시작으로 사업기간에 약 30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