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이 농림축산검역본부 특수연구시설을 활용해 수출용 백신 생산에 나선다. 정부가 생산 기반 지원에 나서면서 국산 ASF 백신 상용화와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역본부는 최근 ASF 백신 2개 품목에 대한 수출용 품목허가를 승인한 후 생산 기반 마련을 위한 생물안전 3등급(BL3) 시설 개방도 추진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수출용 품목허가를 받은 백신은 중앙백신연구소의 '수이샷 ASF-X'와 코미팜의 '프로백아프리카돼지열병주'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중앙백신연구소와 코미팜은 ASF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한 뒤 공격접종시험과 안전성시험 등 자체 평가를 완료했다. 이후 해외 수입업체의 공급 요청에 따라 수출을 추진하면서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ASF는 돼지에서 치명적인 폐사를 일으키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감염 시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하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상용 백신이 없는 대표적인 가축전염병으로 꼽힌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ASF 피해가 심각해 백신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역본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ASF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생산시설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ASF 바이러스를 취급하기 위해서는 특수연구시설인 생물안전 3등급(BL3) 시설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검역본부가 사실상 유일하게 관련 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역본부는 수출용 백신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BL3 시설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현재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시설 내 생산설비 구축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코미팜은 이달 중순쯤부터 검역본부 BL3 시설을 활용해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앙백신연구소는 베트남 현지 생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임상시험 지원에도 나선다. 검역본부는 ASF 발생 국가에서 '동물용의약품등 임상시험 관리지침'에 따른 임상시험을 실시해 해외 사용 성적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향후 연구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최정록 검역본부장은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은 갖추고 있지만 생산시설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검역본부 시설을 활용해 국내 기업의 ASF 백신 생산과 수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는 ASF를 살처분 정책으로 관리하고 있어 백신을 사용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수요가 충분하다"며 "국산 ASF 백신 수출이 동물용의약품 산업 경쟁력 강화와 주변국 방역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