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상황의 완화로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향안정세에 접었지만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여전히 리터당 2000원 안팎의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석유제품 도입시점과 판매시점 간 시차로 인한 가격 지연 영향인데, 정부는 민생안정을 고려해 석유 최고가격을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지난 24일 기준 휘발유가 배럴당 98.81달러, 경유가 112.25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중동전쟁 이전 휘발유가 70달러대, 경유가 80달러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쟁 직후 3월에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157.22달러, 292.8달러까지 치솟았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고점 대비 30~60% 가량 하락한 상태다.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쟁 이후 최고 배럴당 112달러대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69달러대로 올해 1~2월 평균 가격(62.2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역시 전쟁 이후 최고 약 170달러에서 현재는 67달러로 내려왔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여전히 리터당 2000원 수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날 전국 휘발유 가격 평균은 2006.79원, 경유 가격 평균은 1998.71원으로 지난 4월 이후 3달째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전쟁 이전에 휘발유와 경유는 1500~1600원대였다.
석유제품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차다. 통상 주유소들은 2~3주 간격으로 제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판매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다.
정부가 설정한 석유 최고가격이 여전히 1900원대에 머물러 있는 것도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정부는 전쟁 발발 직후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유사 공급가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최고가격을 설정했다. 지난 3월27일 2차 최고가격이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결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결 상태다.
판매시점 차이와 최고가격제 등의 영향이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석유제품 가격에 대해 소위 '오를 땐 빨리 오르고 떨어질 땐 천천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쟁 초기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때 주유소들이 시차를 두지 않고 곧바로 판매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불안을 야기하기도 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안정세인만큼 정부도 최고가격제 하향조정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조금 더 과감하게 최고가격제는 유지하고 최고가격도 낮춰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최고가격을 현재보다 낮출 것을 주문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고가격제도 낮추고 필요하다면 다른 정책 대안도 같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국제시세 변동률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국제시세를 리터당 원으로 환산하고 유류세 등도 포함할 경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700원 후반, 1600원 중반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 정도 수준으로 최고가격이 정해진다면 주유소 판매가격은 18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