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기 농업경제학회장 "시장 개방보다 기후위기가 더 큰 위협…기후대응형 농업 시급"

여수(전남)=이수현 기자
2026.07.07 14:44
박준기 한국농업경제학회장이 지난 6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2026 한국농업경제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수현 기자

농업의 역사는 위기와 극복의 연속이었다.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UR)와 시장 개방의 파고를 넘었고, 기후변화로 잦아진 폭염·폭우 등 자연재해를 견뎌냈다. 위기의 양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극한기후와 인공지능(AI)에 따른 기술 변화, 보호무역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박준기 한국농업경제학회장은 지난 6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2026 한국농업경제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과거에는 자연재해나 시장 개방처럼 위기를 특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후변화와 AI, 국제통상 질서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국농업경제학회 제46대 회장에 취임한 박 회장은 공익직불제 개편과 농가 경영안전망 연구를 수행해 온 농업경제 전문가다. 199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입사해 부원장을 지냈고 공익직불제 설계 연구를 주도했다. 2021년엔 농업 정책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포장을 받았다.

이런 문제의식은 올해 학회가 던진 화두와도 맞닿아 있다. 학회는 올해 연례학술대회 주제를 '다중위기 시대, 농업의 도전과 활로'로 정했다. 박 회장은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판단에서 이 주제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위기의 양상이 비교적 단순했다면 지금은 기후변화와 기술혁신, 국제통상 질서 변화가 동시에 농업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복합적인 위기 중 가장 큰 위협은 기후위기다. 박 회장은 "시장 개방보다 기후위기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매년 반복되는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와 병해충 발생을 늘려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농산물 수급 불안과 농가 소득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후 복구보다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 전체세션 기조발표에서도 다중위기 시대 농업의 핵심 과제로 '회복탄력성'이 제시됐다. 재해 이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고 적응할 수 있는지가 농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재해보험이나 재난지원은 피해를 복구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고온에 적응하는 품종과 내재해성·내병해성 종자를 개발하고 농업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장기적인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정의 최우선 과제로는 농가 경영안전망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농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한 방향은 바람직하다"며 "재해와 가격 변동성, 경영비 상승 등 농가가 직면한 위험을 흡수할 수 있도록 경영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규모 특화작물과 지역 특산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품목까지 포괄하는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익직불제 설계에 참여한 박 회장은 정책 연구자로서의 보람도 털어놨다. 그는 "연구 결과가 법과 제도로 이어지고 실제 농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것이 정책 연구자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학회장 취임 이후에는 연구를 넘어 학계와 정책 현장을 잇는 역할에도 힘을 쏟았다. 연례학술대회와 농정 현안 포럼, 한·대만 공동심포지엄, 국회 입법콘퍼런스 등을 개최하며 현장과 정책을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 박 회장 "농업의 위기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 새로운 활로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농업이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로 '기후위기 대응형 농업'을 꼽았다. "AI 등 혁신기술과 연계해 농업 기반시설을 재정비하고, 고온 대응 품종 개발과 병해충 예찰 등 사전 예방 중심의 투자를 확대해야 지속 가능한 농업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태양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비추듯 농업이 직면한 위기 역시 특정 품목이나 특정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계와 정부, 농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다중위기에 도전할 수 있고 이 도전이 활로를 마련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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