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합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한번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밀가루 담합'에 6000억원대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지 채 두달도 안돼 전분·전분당(이하 전분당) 판매가격을 담합한 4개 업체에 7000억원대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특히 전분당 업체들이 전분당 구매처를 상대로 입찰 및 물량배분 담합을 벌이고, 전분당 부산물 판매가격 짬짜미를 한 사실을 적발한 공정위는 향후 최대 5000억원의 추가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7일 공정위가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전분당 업체에 부과한 7476억원은 역대 담합사건 중 최대 과징금 규모다. 아직 의결서가 발송되지 않은 밀가루 담합건(6710억원)은 물론, LPG(액화석유가스) 답합건(6689억원), 설탕 담합건(3960억원) 등을 뛰어 넘는다.
공정위는 4개 전분당 업체가 담합으로 부당하게 얻은 관련매출액을 6조525억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1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뒤 조사·심의 협조에 따른 20% 감경을 적용해 최종 과징금액을 산출했다.
공정위가 전분당 업체들에 철퇴를 내린 건 코로나19(COVID-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민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담합으로 자신들의 부당 이득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한 점도 문제 삼았다. 전분당의 주원료인 수입 옥수수는 4개 전분사들이 공동 수입 중인데, 정부는 국민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21년 4월부터 매년 200만톤 내외의 가공용 옥수수에 대해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해주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는 4개사가 전분당 구매 입찰에서도 담합을 벌인 사실을 추가로 적발했다. 4개사가 2016년 9월부터 2025년 6월까지 7개 대형 실수요처가 발주한 전분당 구매 입찰에 참가하면서 입찰 및 물량배분 담합 행위를 벌인 것이다.
또 CJ제일제당을 제외한 대상, 사조CPK, 삼양사 등 3사는 전분당 부산물 판매가격도 담합했다. 전분당 부산물이란 전분 및 전분당을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성되는 물질로서 단백피, 글루텐, 배아 등이 있다. 단백피와 글루텐은 주로 가축용 사료에 사용되고 배아는 식용유의 원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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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담합 행위 관련매출액은 2조4900억원(전분당 입찰 및 물량배분 담합 9400억원, 전분당 부산물 판매가격 담합 1조55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해당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판단하며 과징금 부과 등의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담합 행위의 경우 관련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대 4980억원의 과징금이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는 담합으로 벌어들인 부당 이익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경제적 제재를 가해 기업들의 담합 유인을 억제한단 계획이다.
지난 4월부터 과징금 산정의 핵심인 부과기준율 하한선을 기존보다 최대 20배까지 높였다. 구체적으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10.5%→18%) △중대한 위반행위(3%→15%)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0.5%→10%) 등으로 과징금 하한을 상향했다.
또 과거 10년 간 1회라도 담합으로 과징금 납부명령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으면 100%까지 과징금을 가중 부과토록 했다.
여기에 담합 과징금 상한을 관련매출액의 20%에서 30%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내부고발 활성화를 통한 담합 근절을 위해 담합 신고포상금도 대폭 늘렸다. 기존 30억원으로 묶여있던 신고포상금 상한을 폐지하는 동시에 포상금 지급 요율을 과징금의 최대 10%로 높인 것이다. 예컨대 최근 적발된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 건을 신고 사건이라고 가정하면 증거 수준 최상의 증거를 신고했을 경우 부과된 과징금 총 6710억원의 10%인 671억원을 신고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단 의미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