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축산농가가 밀집한 지역 주민들은 창문을 열기 어렵다. 호남고속도로 익산 왕궁축산단지 인근을 지나는 운전자들 역시 차량 창문을 닫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더욱 심해지면서 '여름철 축산악취'는 해마다 반복되는 대표적인 민원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도 악취 저감을 위한 컨설팅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거지역 인근 축산단지를 중심으로 농가별 악취 원인을 진단하고 맞춤형 개선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연말까지 매월 이행점검을 실시하고, 주민과 기자 등이 참여하는 현장평가단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정책의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다. 악취 원인을 농장별로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접근은 기존의 단발성 지도보다 한 단계 발전한 방식이다.
단속보다 개선을 유도하고, 컨설팅 참여 농가에 각종 지원사업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 역시 농가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큰 한계는 대상 규모다. 농식품부가 올해 컨설팅을 실시하는 농가는 1·2차를 합쳐도 59곳에 불과하다. 전국 축산농가와 악취 민원 발생 지역을 감안하면 '상징적' 수준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악취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 가운데 일부는 이번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북 익산 왕궁축산단지다. 고속도로 이용객과 주민들의 불편이 오랫동안 제기된 곳임에도 이번 집중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컨설팅'만으로는 악취를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악취는 단순히 관리요령 부족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노후 축사, 부족한 분뇨 처리시설, 환기시설 미비, 과밀사육, 퇴비사 관리 등 시설 투자와 구조 개선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아무리 좋은 처방을 내려도 농가가 투자 여력이 없다면 개선은 쉽지 않다. 결국 컨설팅과 함께 시설 현대화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 보완해야 할 부분은 객관적인 성과 측정이다. 농식품부는 현장평가단을 통해 개선 효과를 비교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체감도만으로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 악취물질 농도 변화와 민원 건수 감소, 악취측정 결과 등을 함께 공개해야 정책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
지속가능성도 과제다. 여름철에만 집중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악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악취는 계절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뿐 사계절 내내 관리가 필요한 환경 문제다.
전문가들은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데이터 기반 관리, 스마트 축산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악취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 주민과의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농가 중심의 개선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주민들이 직접 악취 개선 과정을 확인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협의체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 신뢰 없이는 어떤 정책도 성과를 인정받기 어렵다.
농식품부의 이번 대책은 악취를 '관리 대상'으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컨설팅 횟수가 아니라 "올여름은 지난해보다 냄새가 줄었다"는 체감효과다.
이재식 축산정책국장은 "축산 악취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개선방안을 꾸준히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축산 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