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통 따라 술맛 달라진다"…전통주, 지역 관광을 빚다

예산(충남)=이수현 기자
2026.07.30 12:32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9일 전국 '찾아가는 양조장'을 중심으로 지역 농산물과 향토음식을 함께 즐기는 권역별 미식관광 코스를 처음 공개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29일 오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예산사과와인' 지하 숙성실. 사과 증류주를 숙성 중인 오크통 500개가 빼곡히 들어찼다.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 세계 각국에서 건너온 오크통들엔 생산 연도와 숙성 정보가 하나하나 표시됐다.

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대표(한국와인생산협회장)는 "같은 사과 증류주라도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하느냐에 따라 향과 풍미가 달라진다"며 "최근에는 숙성 기간뿐 아니라 어떤 술을 담았던 오크통을 사용했는지가 술의 개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사과 증류주의 알코올 도수는 약 60도다. 일부는 원액 그대로 병입하고, 나머지는 40도 안팎으로 희석해 판매한다. 최근에는 배우 박성웅, 웹소설 '나노마신' 등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도 선보였다. 특히 웹소설 '나노마신'의 한중월야 작가가 직접 오크통을 고르고 작품 주인공을 라벨에 담은 협업 제품은 출시 1분도 채 되지 않아 완판됐다.

지역 농산물·향토음식 연계…69개 양조장 관광자원화

예산사과와인은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해 와인과 증류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다. 오크통 숙성과 관광 프로그램, 체험 콘텐츠를 결합해 농식품부가 지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이 같은 양조장을 지역 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권역별 미식관광 코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9일 전국 '찾아가는 양조장'을 중심으로 지역 농산물과 향토음식을 함께 즐기는 권역별 미식관광 코스를 처음 공개했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지정·운영하는 사업이다. 현재 전국 69개소가 운영 중이며 양조장 견학과 술 빚기 체험, 전통주 시음 등을 통해 지역의 양조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투어코스는 전국 69개 '찾아가는 양조장'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역별 대표 양조장을 중심으로 지역 농산물과 향토음식, 관광지를 연계해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농식품부는 전통주와 관광 분야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업계 의견을 반영해 지역 대표성, 체험 프로그램, 향토음식 연계성, 교통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코스를 선정했다.

대표 코스로는 충남 예산 '예산사과와인', 충남 당진 '신평양조장', 전북 정읍 '한영석 발효연구소', 제주 '고소리술익는집' 등이 포함됐다. 관광객들은 양조장에서 전통주 제조 과정을 체험하고 시음한 뒤 지역 대표 음식과 관광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팝업스토어·건배주 프로젝트…전통주 소비 기반 확대

예산사과와인처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양조장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주 산업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통주 수출액은 2018년 1760만달러에서 2021년 2350만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2024년에는 237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통주 제조면허는 2018년 1037개에서 2021년 1400개, 2024년 1957개로 꾸준히 증가하며 산업 기반도 확대됐다.

제품도 유자·딸기 막걸리와 스파클링 전통주, 벌꿀술, 오크통 숙성 증류주 등으로 다양해졌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특색 있는 전통주 개발이 활발해지면서다. 원소주와 경탁주 등 유명인이 참여한 브랜드까지 등장하면서 전통주가 지역 농산물과 양조 기술, K컬처가 결합한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는 전통주를 지역 관광으로 확장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전통주를 지역 농산물과 미식, 관광을 잇는 핵심 콘텐츠로 육성해 지역 농산물이 전통주로 만들어지고, 전통주가 양조장 방문과 향토음식 체험, 제품 구매, 지역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농식품부는 권역별 대표 양조장을 중심으로 전통주와 향토음식, 관광지를 연계한 'K미식여정' 투어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투어코스 정보는 전통주 종합정보 플랫폼 '더술닷컴', 'K미식벨트' 공식 홈페이지, 농촌관광 통합 플랫폼 '웰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내 여행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주 소비 기반 확대에도 나선다. 올해 전통주 갤러리 두타몰점을 개관하고 코레일과 협업해 용산역과 대전역에서 전통주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스토리웨이 편의점 입점 지원과 재외공관을 통한 '전통주 건배주 프로젝트'도 추진하며 국내외 홍보를 강화한다.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양조장이 위치한 지역의 대표 농산물과 향토음식, 축제, 관광상품 등을 연계한 권역별 미식관광 코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정욱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찾아가는 양조장은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공간을 넘어 우리 농산물과 지역 문화가 어우러진 미식 콘텐츠"라며 "전통주와 향토음식, 관광자원을 연계한 K미식여정을 확대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K푸드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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