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 말농장에서 불법도축 정황이 확인된 가운데 시민단체가 한국마사회의 '말 긴급구호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시스템 점검과 제주지역 말농장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과 (사)제주행복이네협회는 4일 성명을 내고 지난 달 31일 제주시 중산간의 한 말농장에서 말 1마리가 불법도축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훼손된 말 사체와 도축 흔적이 발견됐으며, 냉동고에서는 말고기와 흑염소 사체 등이 확인됐다. 농장 소유주는 불법도축 사실을 인정했으며 말고기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는 농장 소유주를 동물보호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고 제주시에 현장에 남아 있는 동물들에 대한 격리와 보호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달 3일 현장을 다시 확인한 결과 말 4마리와 흑염소 1마리가 여전히 농장에 남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불법도축이 확인된 지 사흘이 지났음에도 남아 있는 동물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주시는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안전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현장에서 한국마사회의 '말 긴급구호체계'에 네 차례 연락했지만 모두 연결되지 않았으며, 제주도청 역시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한국마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중무휴로 운영한다고 안내한 말 긴급구호체계가 왜 불법도축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는지 설명하고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며 "말 긴급구호체계는 말이 죽은 뒤가 아니라 죽기 전에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마사회가 추진 중인 말 이력관리 제도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현재 이력관리가 모든 말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 일부 말의 이동 경로와 소유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출생부터 이동, 소유자 변경, 용도 변경, 사망까지 전 생애를 관리하는 이력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불법도축과 동물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농장에 남아 있는 말 4마리의 출처와 소유 관계,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제주도 내 말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불법도축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 농장 소유주가 말고기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만큼 현장에서 발견된 말고기와 흑염소가 실제 유통됐는지에 대한 수사와 함께 제주지역 말고기 유통 경로 전반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주비건 등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말 사육과 이동, 도축, 사체 처리, 말고기 유통, 긴급구호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