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부동산 세제 정상화의 역설

세종=정현수 기자
2026.08.06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3일 베일을 벗은 세제개편안의 정책 목표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다. 비거주·다주택·초고가 주택의 과도한 세제 지원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재정경제부는 세제개편안 브리핑에서 '정상화'라는 표현을 23번 사용했다.

'정상화'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강화다. 이재명 정부는 종부세액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상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강화와 완화를 가르는 핵심 잣대다. 보수 정부는 이를 낮췄고, 진보 정부는 올렸다.

비거주 주택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늘어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주택에는 지금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 과세표준 6억원, 즉 시가로 32억원 이상인 주택이 대상이다.

물론 강화에만 방점을 찍은 건 아니다.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낮췄다. 그러나 전체 세 부담을 따져보면 감세보다 증세 효과가 훨씬 크다. 여기까지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정상화'의 개념이다.

'정상화'를 말한다는 건 지금까지의 제도가 비정상적이었다는 뜻이다. 이전 정부의 부동산 세제를 부정하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런데 '정상화'라는 표현, 왠지 낯설지 않다. 윤석열 정부 역시 2022년 첫 세제개편안을 '부동산 세제 정상화'라고 불렀다. 다만 그 '정상화'는 종부세 완화였다. 심지어 종부세 완화 정책은 당시 기획재정부의 정책 대상(大賞)을 받았다.

역설적으로 각 정권의 '정상화'라는 표현만 놓고 보면, 종부세는 한 번도 정상 상태였던 적이 없었던 셈이다. 방향은 반대인데, 정책을 설계할 때마다 '정상화'를 외치는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예전에 "최고의 세제개편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전 개편이 완벽했다는 얘기일 수 있겠지만, 설령 완벽하지 않더라도 세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말로 이해했다.

'정상화'의 기준이 정치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 세제는 예측 가능성을 잃는다. 시장은 정책의 방향보다, 언제 다시 뒤집힐지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 세제 발표 때마다 반복되는 '버티기'라는 말도 그래서 낯설지 않다.

세금은 국가의 언어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처럼, 다른 철학을 가진 정권이 세율을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 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야 민주주의의 몫이지만, 정반대라는 규칙이 고착화되면 시장이 신뢰할 좌표 자체가 사라진다.

부동산 정책보다 정치를 먼저 계산하는 시장. 그 시장을 만든 것이야말로 가장 먼저 '정상화'해야 할 대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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