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와 글로벌 달러화 약세에 1410원대 중반으로 내려서며 약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로 단기적인 하락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이미 하락 추세가 뚜렷해진 만큼 4분기에는 13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7.7원(0.54%) 내린 1416.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는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해 10월2일 1400.0원 이후 약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410원대에서 주간거래를 마친 것도 지난해 10월20일 1419.2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초 1560원대와 비교하면 불과 한 달여 만에 140원 이상 하락했다.
이날 달러와 국제유가 등 대외 여건은 오히려 환율 상승 요인에 가까웠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후 3시21분 기준 99.94로 전날보다 소폭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브렌트유 10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3.8% 오른 배럴당 82.49달러로 마감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적대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정부군 기지를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진 점도 유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물가 지표에 따라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3주 연속 20만건을 밑돌며 견조한 고용시장도 확인됐다.
엔화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뉴욕시장에서 158.402엔을 기록해 지난달 31일 미국과 일본의 공동 개입 이후 처음으로 158엔을 넘어섰다. 공동 개입 직후 155엔대까지 내려갔던 엔/달러 환율이 4거래일 만에 158엔대로 반등한 것이다.
달러 강세와 유가 상승, 엔화 약세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것은 국내 달러 수급의 힘이 대외 변수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달러 유입이 늘어난 가운데 SK하이닉스 ADR 관련 환전과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렸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장 초반부터 수출업체 매도로 추정되는 물량이 유입됐다"며 "글로벌 달러화가 하향 안정되고 있다는 점도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1410~1420원대에 유입되는 수입업체 결제 수요가 환율의 추가 하락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달러화 흐름과 엔/달러 환율, 미국의 물가·금리 경로, 호르무즈 해협 협상과 국제유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수입업체는 1410~1420원대가 달러를 매수하기 좋다고 보고 있다"며 "실제로 결제 수요가 계속 유입되고 있어 환율 하락세가 현 수준에서 다소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의 하락 추세는 되돌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과 수출업체 달러 매도로 공급이 이어지고 글로벌 달러가 안정되면 원/달러 환율의 저점도 점차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에는 1410~1420원대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다소 느려지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4분기 중 1300원대 진입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