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노사 양측의 요구가 급증하면서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노동위원회의 과중한 업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은 한정적인데 사건 처리는 갈수록 늘어나 주 52시간을 준수해야 할 고용노동부에서 조차 주 52시간을 넘는 초과근무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관련 복수노조 사건 중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제기된 재심 사건은 현재(지난 7일 기준) 총 82건이다. 5월에는 19건, 6월에는 14건 정도였으나 7월에는 40건으로 급증했고 8월에는 첫 일주일동안 9건이 접수돼 7월 같은 기간 접수 건수를 초과했다.
노동위원회는 개정 노조법 관련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이나 복소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여부 등을 판단한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1심 판결 이후 노측이나 사측이 해당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면 중노위에서 재심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올해 3월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이후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노동위 판단 요청도 증가하는 추세다. 개정 노조법 시행 한 달간(3월10일~4월9일) 1011개 하청 노조가 372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고 지방노동위에도 50여건의 시정신청이 접수됐다.
4월부터 지방노동위에서 교섭단위 분리 신청에 대한 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는데 대부분 1심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제기되면서 5월부터 중노위 재심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전국에서 올라온 재심 사건을 중노위 한 곳에서 모두 처리하기엔 인력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개정 노조법 사건은 중노위 교섭대표결정과에서 담당하는데 담당 인력은 현재 9명에 불과하다. 이마저 개정 노조법으로 인한 재심 폭증에 대비해 이달부터 5명에서 현 인원으로 늘린 것이다.
개정 노조법의 법정 처리기간은 교섭요구 미공고 시정건의 경우 최대 20일, 교섭단위 분리결정건은 30일이다. 지금과 같은 재심 증가 속도와 적은 인력으로는 법정 처리기간 내 처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인해 중노위 담당 직원 전체가 현재 월 최대 100~120시간의 초과근무에 시달린다. 이에 노동부는 담당 직원들에 한해 시간외근무수당 상한시간을 현재 일 4시간·월 57시간 이내에서 일 8시간·월 100시간 이내로 확대해 추가수당 지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구조적으로 개정 노조법 사건 처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수당 지급 유인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특히 앞으로 개정 노조법 관련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본격적으로 접수되기 시작하면 현재 업무에 더해 근무강도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중노위가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했음에도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노조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재차 판단을 요구할 수 있다.
근로자 건강권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부가 정작 소속기관 직원의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공무원은 주 52시간 근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근로기준법 집행과 근로시간단축을 추진하는 노동부에서 소속기관 직원이 오히려 장시간 근로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 8시간을 넘는 초과근무시 대체휴무를 부여하는 등 과도한 장시간 근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라며 "현재 인력 충원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을 둘러싼 법적 분쟁 증가는 예견된 일이며 근본 원인은 '모호한 규정'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대한 원청과 하청 노동자 양측의 문제 제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비용·업무 부담도 확대될 것이란 지적이다.
재계는 지노위 초심에 불복한 중노위 재심 신청, 중노위 판정에 불복한 행정소송의 증가가 이미 예상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우선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노동계가 억눌러온 요구를 일제히 쏟아냈고, 여기에 무리한 주장이 적지 않게 포함된 만큼 '분쟁의 소지' 자체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후 7월 3일까지 총 1168개의 하청 노조가 441개 원청 기업을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후 적지 않은 하청 노조가 무분별하게 단체교섭 요구에 나섰다"며 "원청과 하청 간 계약 관계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문제로 키우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노란봉투법의 핵심 조항이 모호해 원청과 하청 노조 간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했는데 '실질적·구체적'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 아울러 노동쟁의(파업)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라고 추상적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고려해 '해석지침'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많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혼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규정이 이런 상황이니 '중심을 잡아야 할' 노동위마저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노위 판단이 중노위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결국엔 중노위 판단에 대한 수용성도 떨어져 향후 행정소송 제기 사례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 관련 법적 분쟁에 따른 경영 부담이 적지 않다고 호소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행정소송 단계까지 가면 보통 수년에 걸쳐 공방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업무 부담이 발생한다"며 "모호한 사용자성 규정 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법적 분쟁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