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집주인이 들어온대" 불똥...전셋값 1.5억 쑥, 어디로 가죠

"여보, 집주인이 들어온대" 불똥...전셋값 1.5억 쑥, 어디로 가죠

배규민 기자, 김지영 기자, 남미래 기자
2026.08.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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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비거주 1주택에도 거주자는 있다(上)

[편집자주]  정부가 세제·금융 규제를 통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를 유도하고 있지만 그 집에는 또 다른 거주자인 세입자가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세입자의 연쇄 이동을 부르는 '의자뺏기' 현상과 전월세시장 불안을 짚는다. 해외 주거시장과 비교해 실거주 중심 정책의 한계를 살펴보고 임대차시장 안정의 해법을 모색한다.

"집주인 실거주 통보, 월세 살 판"...6억 전세는 금세 7.5억으로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오피스텔 시장에서 월세를 찾는 수요자가 늘면서 전월세 전환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07.20.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오피스텔 시장에서 월세를 찾는 수요자가 늘면서 전월세 전환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07.20. [email protected] /사진=김혜진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을 잇달아 강화하면서 전월세시장에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자기 집으로 돌아갈수록 그 집에 살던 세입자는 다시 집을 찾아야 한다. 한정된 전셋집을 놓고 임차인이 연쇄 이동하는 '의자뺏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6억원 전세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계약 만료 후 직접 입주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는 집주인이 세제·대출 규제 강화 등을 이유로 영등포의 자기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A씨가 옮겨갈 집이다. 같은 지역의 비슷한 아파트 전셋값은 7억500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생활권을 유지하려면 1억5000만원을 더 마련해야 하고 여력이 안 되면 반전세·월세를 택하거나 서울 외곽·경기권으로 이동해야 한다.

앞으로 '또 다른 A씨'가 나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자녀 교육 때문에 자기 집을 전세 주고 다른 지역에 임차해 사는 직장인 B씨는 최근 세입자의 계약이 끝나면 자기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세 자녀를 키우는 B씨는 상생임대주택 특례를 활용해 실거주 부담을 덜 계획이었지만 특례 종료와 비거주에 따른 세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해 생각을 바꿨다. 내년에 B씨가 실거주 계획을 통보하면 현재 세입자는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한다.

집주인 한 명이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고 임대주택 한 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집주인이 기존에 살던 임차주택이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집이 서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주인이 내놓는 집과 밀려난 세입자가 필요한 집은 지역과 가격, 면적이 다르다. 직장과 학교 등 생활권까지 고려하면 집 한 채가 빠지고 한 채가 나오는 단순한 '1대1 교환'이 아니다.

특히 전세 매물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한 집주인의 실거주가 다른 세입자의 연쇄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지역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는 중저가·외곽으로 이동하고,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면 반전세·월세로 옮겨 또 다른 임차 수요와 경쟁하게 된다. 비거주 1주택자의 집에도 이미 세입자라는 '거주자'가 있는 만큼 실거주 유도가 임대차시장의 주거 선택권을 좁히고 전월세 불안을 키우는 역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그래픽=윤선정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그래픽=윤선정

"전셋집 쫓겨나 보증금 4억·월세 100만원 더"...빚은 더 쌓였다

이재명 정부의 강화된 ‘실거주’ 중심 주택정책/그래픽=윤선정
이재명 정부의 강화된 ‘실거주’ 중심 주택정책/그래픽=윤선정

#8년 동안 한 집에서 자녀를 낳고 키우며 살아온 무주택자 C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주변 전셋집을 급하게 알아봤지만 매물은 부족했고 전셋값도 크게 올라 있었다. 자녀 양육과 교육 때문에 생활권을 벗어나기도 어려웠다. 결국 C씨는 인근에서 종전보다 전세보증금 4억원에 월세 100만원을 더 부담하는 조건으로 집을 구했고, 늘어난 보증금은 대출로 마련했다.

C씨는 무주택자인 자신에게까지 실거주 중심 정책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늘어난 대출 이자가 걱정인 데다 전월세 불안이 계속된다면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도 시작했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세입자의 주거비와 주거 선택까지 흔든 사례다.

정부 주택정책에서 '실거주'의 무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집을 사려면 들어가 살아야 하고, 자기 집을 두고 다른 집에 전세로 살면 대출이 어려워진다. 직접 거주하지 않으면 세금 부담도 커진다. 문제는 정부가 말하는 실거주가 사실상 '집주인의 실거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집주인이 살지 않는 집에도 이미 임차인이라는 거주자가 있다.

최근 정책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뚜렷하다. 정부는 8·13 대책에서 자기 집을 보유한 채 다른 주택에 전세로 사는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최근 세제개편안에서는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높이는 반면 자기 집에 살지 않으면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장기보유 세액공제도 거주 중심으로 재편한다. 같은 한 채를 보유해도 '집주인이 그 집에 사느냐'에 따라 대출과 세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다.

전국 아파트 월세가격지수/그래픽=이지혜
전국 아파트 월세가격지수/그래픽=이지혜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를 맞추던 장치도 사라진다. 올해 말 종료되는 상생임대주택 특례는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면 양도세 비과세 등에 필요한 거주요건을 면제한다. 집주인은 임대를 유지하고 세입자는 임대료 부담을 덜며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선택지가 사라지면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 유인은 커지고 기존 세입자의 주거 안정은 흔들릴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책을 거슬러 올라가도 방향은 한결같다. 서울 전역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주택 취득 후 원칙적으로 2년간 직접 거주하도록 했고,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전입 의무를 부과했다. 여기에 세제와 전세대출까지 실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을 두면서 매입부터 보유·대출까지 '집을 가졌다면 그 집에 살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화해왔다.

각각의 정책은 투기와 갭투자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규제가 누적될수록 생활상의 이유로 자기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의 비용은 커지고 실거주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만큼 그 집에 이미 살고 있는 임차인은 다시 집을 구해야 한다.

집주인이 자기 집에 살지 않는 이유도 투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부부의 근무지 등으로 소유한 집과 실제 생활권이 다른 경우도 있다. 이들을 자기 집으로 돌려보내면 그 집의 세입자는 다시 임대차시장으로 나와야 한다.

집주인이 살던 임차주택이 시장에 나온다고 문제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과 가격, 면적이 달라 서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세 공급까지 부족하면 밀려난 세입자는 외곽이나 중저가 주택, 반전세·월세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임차인과 경쟁하는 연쇄 이동으로 이어진다.

결국 문제는 '누구의 실거주인가'다. 소유자의 실거주를 우선할수록 그 집에서 이미 살고 있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집주인이 살지 않는다고 '비거주'가 아니다. 그 집에는 이미 임차인이 살고 있다는 점까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랑·노원이라도 갈까?..."여기도 전세 씨말랐다" 매물 급감

서울 전세 매물 변동량/그래픽=윤선정
서울 전세 매물 변동량/그래픽=윤선정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와 비아파트 공급 위축으로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집 자체가 줄고 있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까지 늘면 한정된 전셋집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선호 지역에서 밀려난 수요가 중저가·외곽으로 연쇄 이동하는 전세시장 '의자뺏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은 수도권에 23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공공택지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비아파트 공급 확대도 추진한다. 하지만 상당수 물량의 착공 시점이 2029~2030년으로 예정돼 있어 당장의 임대차시장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

공급 부족기에 실거주 전환까지 맞물리면 전세시장의 '의자뺏기'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임차인의 주거 선택지가 줄어드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의 전세 매물은 2만9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458건보다 2518건(10.7%) 감소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매물 감소폭이 컸다. 중랑구의 전세 매물은 같은 기간 80.9% 줄었고 동대문구(-63.9%), 금천구(-63.2%), 노원구(-60.6%), 도봉구(-60.4%) 등도 60% 안팎 감소했다. 선호 지역에서 밀려난 수요를 받아줘야 할 중저가·외곽 지역의 전세 물량마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전세 공급이 부족해지면 임차 수요는 여러 방향으로 이동한다. 선호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는 인접 지역을 거쳐 서울 외곽이나 경기권으로 이동해야 한다. 기존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면적을 줄여 소형 주택을 찾게 되고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하지만 비아파트 역시 대체재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연립·다세대 공급 감소가 누적된 데다 임차 수요가 몰릴 경우 가격 부담도 커질 수 있어서다.

마지막 대안인 월세시장도 여유롭지 않다.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같은 기간 5.7% 감소했다. 전세에서 밀려난 수요까지 월세시장으로 이동하면 제한된 물건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면서 월세가격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전세 공급 부족은 임차인의 선택지를 지역·면적·점유 형태별로 동시에 좁힌다. 지역은 선호 지역에서 외곽으로 멀어지고 주택 면적은 작아지며 아파트 전세는 비아파트나 반전세·월세로 바뀌는 식이다. 기존 주거 수준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는 주거 조건을 낮춰야 한다. 전세난이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주거 선택권의 문제로 확대되는 셈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세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대 매물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입주 물량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실거주 전환이 늘어나면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의자뺏기'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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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김지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김지영 기자입니다.

남미래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남미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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