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도 교역 안 끊겼다…한은 "아세안 거쳐 공급망 재편"

최민경 기자
2026.09.13 12:00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과거 냉전기처럼 두 진영으로 완전히 쪼개지기보다는 베트남·인도·멕시코 등 제3국을 매개로 연결고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역시 아세안 생산망을 활용해 미국과 중국 양쪽 시장과의 연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중 간 직접 상품교역 규모는 미국 통계 기준 2022년보다 39.9% 감소했지만, 글로벌 교역 규모는 뚜렷한 위축 없이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미·중 간 직접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양측을 연결하는 '커넥터 국가'가 글로벌 공급망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국가가 베트남·인도·멕시코다.

이들은 미국의 최종시장과 중국 중심 생산망에 동시에 연결돼 있으며, 단순한 제3국 경유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확대하며 생산거점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정치·안보와 경제적 지향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점도 특징이다. 유엔총회 표결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수 국가는 정치·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에 가까워졌지만, 경제·개발 측면에서는 국가와 지역별로 엇갈린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베트남·인도·멕시코 등 주요 커넥터 국가는 정치·안보에서는 미국과 가까워지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연계를 유지하는 '다중 정렬' 양상을 보였다. 한은은 이런 커넥터 국가의 역할이 미·중 간 직접 교역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경제연계가 유지되는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공급망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2016~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산업연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로 창출된 부가가치 가운데 미국 최종수요로 이어진 비중은 11.1%에서 18.5%로, 중국 최종수요로 연결된 비중은 7.3%에서 13.9%로 각각 높아졌다.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한국산 부가가치의 경로도 달라졌다. 미국으로 직접 연결되는 비중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제3국을 거치는 간접 경로에서는 중국 경유 비중이 10.7%에서 6.8%로 낮아진 반면,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경유 비중은 4.9%에서 8.3%로 상승했다.

한은은 이 같은 변화가 생산·수출 경로의 선택지를 넓혀 한국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세안을 통한 연결이 확대된 만큼 미국이 원산지 규정이나 우회수출 조사를 강화할 경우 그 여파가 아세안 현지 생산을 거쳐 한국 기업과 국내 중간재 수요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특정 생산거점이나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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