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무라타 일부 MLCC 단종 공지, 생산라인 재편...메모리 시장서 발생한 가격 상승 사이클과 닮은 꼴

글로벌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1위 무라타가 일부 기존 제품을 단종하고 생산라인 재편에 나선다. AI(인공지능) 서버용 MLCC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부가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부가 MLCC의 강력한 수요가 확인된 데다 가격 상승까지 예상되면서 삼성전기의 수혜도 커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무라타는 최근 고객사에 9개 MLCC 시리즈 중 일부 사양 제품의 단종 계획을 통보했다. 최종 주문 마감일은 2028년 3월 말, 최종 출하일은 2029년 3월 말이다. 단종 대상에는 소비자가전·산업기기 등에 사용되는 범용 제품뿐 아니라 일부 전장용 제품도 포함됐다.
무라타는 고객사에 "MLCC 공급을 안정화하고 지원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MLCC 제품 라인업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제품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당 제품의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서버 등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고부가 MLCC에 생산능력을 집중하기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본다. 한정된 생산라인에서 수요와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대신 기존 제품군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특히 서버용 고사양 MLCC는 범용 제품보다 더 많은 생산 자원이 필요하다. 제품 사양에 따라 서버용 MLCC 1개를 생산하는 데 범용 MLCC 3개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생산능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고사양 제품 생산을 늘릴수록 범용 제품의 생산 여력이 더 빠르게 감소하는 구조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나타난 변화와 닮았다. 삼성전자(259,500원 ▼9,500 -3.53%)와 SK하이닉스(1,812,000원 ▼41,000 -2.21%) 등 메모리 업체들은 AI용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한정된 웨이퍼 생산능력을 HBM에 우선 배정했다. 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을 제약하면서 D램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MLCC 시장에서도 무라타와 삼성전기(1,400,000원 0%) 등 선두 업체가 AI 서버용 MLCC 생산을 확대할수록 범용 제품에 투입할 수 있는 생산능력은 줄어든다. AI용 제품에서 시작된 공급 부족이 범용 제품으로 번지면서 MLCC 시장 전반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셈이다.
실제 MLCC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UBS 에비던스 랩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글로벌 MLCC 유통업체 재고량은 4주 전보다 8% 감소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MLCC 유통 단가 지수는 7% 상승했다. 재고는 줄고 가격은 오르는 전형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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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 제품 수요 증가와 범용 제품의 가격 상승은 삼성전기에 모두 긍정적이다. 무라타의 제품 단종과 생산능력 재배치는 고부가 MLCC의 수요가 그만큼 강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오는 4분기 범용 MLCC와 AI 서버 등에 사용되는 고사양 제품의 가격을 모두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서버용 MLCC 주문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1조722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를 2027년 한 해 동안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5월 이후 실리콘 캐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 관련 장기 공급계약만 총 3조32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글로벌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은 MLCC가 탑재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MLCC 시장 규모가 올해 318억7000만달러에서 2031년 641억9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라타의 단종 결정은 그만큼 AI용 MLCC 시장의 수요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생산라인을 재편할 수 있을 정도로 공급업체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