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함께 지은 농사, 누구의 이름으로 남았나

세종=정혁수 기자
2026.10.14 06:00
[편집자주]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주변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13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제5회 여성농업의 날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제공=농식품부

농사에는 이름이 남지 않는 일이 많다. 모종을 심고, 잡초를 뽑고, 수확한 작물을 상자에 담는 손길이다.

그 손길이 여성의 것일 때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농민'이라는 이름을 붙여왔을까. 혹시 '농부의 아내'라는 말로 그 일을 다 설명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오는 15일은 정부가 정한 '여성농업인의 날'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송미령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여성농업인을 '농업·농촌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경제주체'라고 강조했다.

여성의 일을 인정하고 공로를 기리는 것은 반갑다. 그렇다면 이제 그 찬사가 생활 속에서 어떤 변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봐야 할 차례다.

함께 밭을 일군다고 농사를 결정하는 권한까지 저절로 나눠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심고 어디에 팔지, 번 돈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순간에도 여성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농사일을 맡은 사람에게 농사의 방향을 결정할 권한도 있는지 살피는 것. 그것이 여성농업인을 존중하는 출발점이다.

여성농업인이 공동경영주로 이름을 올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등록 이후 농사에 관한 결정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농협 조합원이 회의에서 의견을 내고, 대표로 참여할 기회도 넓어져야 한다. 이름을 올리는 것과 자기 목소리를 갖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

여성농업인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에는 일을 덜어주는 지원도 담겨야 한다. 몸에 맞는 농기계로 힘든 작업을 줄이고, 아플 때는 영농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을 권하기 전에 농사와 돌봄을 잠시 맡길 곳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쉴 틈이 없는 사람에게 성장하라는 말만 건네서는 부족하다.

농식품부가 이번에 선보인 온라인 정책 안내도 정보를 모으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인터넷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여성에게 누가 설명하고, 신청을 도울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책은 화면에 떠 있을 때보다 필요한 사람의 손에 닿았을 때 힘을 갖는다. 여성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모인 희망메시지를 정책으로 키우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여성농업인의 날에 필요한 것은 큰 박수와 함께 그들의 일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다. 내일의 노동은 조금 덜 고되고, 삶을 좌우하는 결정에는 자신의 목소리가 더 담길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