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비서실장의 조건과 역할 (上)
靑 2기 비서실장, 국정 판 짜는 '아키텍트' 돼라
-국정 설계자로서의 기획력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재정비를 위해 조만간 2기 대통령비서실장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선은 집권 2년 차를 앞두고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에 몰린 이재명 정부가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를 승부처로 꼽힌다. 국정 2인자로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지닌 비서실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명확하다. 청와대 1기 참모진의 낸 성과의 연장선에서 "무엇을 할 정부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는 '국정 아키텍트(Agenda Architect)'로서의 기획력이다.
◆ 2기 비서실장은 국정 설계자..."무엇을 할 정부인가" 답해야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대미 외교·통상 협상과 성장 회복 분야에서 신속한 문제 해결 역량을 보이며 국민적 호응을 얻었다. 새 정부의 주요 성과로 꼽히지만, 정부가 의제를 직접 설계하고 주도했다기보다는 당면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국정을 이끌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획·추진한 의제인 부동산 정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목표로 내건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활성화 정책도 최근 증시 조정 국면에서 추진 동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내부에서도 냉철한 현실 진단과 반성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2기 비서실장에게는 먼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일하는 정부'의 강점을 강화할 국정 설계자의 역할이 요구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조개혁, 자본시장 개혁을 통한 국민 자산 형성, 성장의 지속과 성과의 공정한 확산 등 국민적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의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처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는 정책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정된 국정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것 역시 국정 기획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국정 우선순위 선택지 제공...대통령, 소모적 정쟁 노출 최소화 과제
2기 비서실장은 정책실과 내각, 전문가 그룹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제안을 종합해 대통령에게 정교한 '정책 선택지(Policy Options)'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대통령이 주요 정책과제를 최종 선택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의제의 우선순위와 실행 방안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서실장이 위험 관리와 행정 업무에 치중하는 관리형 실장에 머문다면, 대통령이 국정의 세부 사안까지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 우려도 커질 수 있다. 대통령의 직접 관여가 늘어날수록 참모의 책임은 약해지고, 다시 대통령에게 결정이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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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대통령이 소모적인 정쟁에 직접 노출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생과 거리가 먼 진영 내부의 정치적 갈등은 국민적 피로감을 키우고 대통령이 국정에 집중할 공간마저 좁힌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의제를 발굴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대통령을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비서실장 인선과 어떤 국정 운영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대통령과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부처와 여당을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해야 실용주의로 무장한 '일하는 정부'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혼자선 성과 못낸다…2기 참모진 팀웍 위한 '팀빌딩' 관건
-국정 성과 위한 효율적 조직관리 능력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0.01. suncho21@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323210642129_4.jpg)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년 차를 맞아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성과다. 취임 첫해 내란 극복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국민이 체감할 가시적 결과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 초대 비서실장의 주요 과제가 조직 구성과 안정화였다면, 2기 비서실장에게는 성과 창출을 위해 청와대 참모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조직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책실장을 포함해 비서실 소속 직원 350여명(국가안보실 제외)을 관할하는 비서실 수장이다. 비서실 내 10개 수석급 조직, 44개 비서관의 업무를 조율하고 참모진의 역량을 결집하는 조직 운영 능력이 긴요하다.
내란 국면에서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인 강훈식 실장은 조직 안정화와 내각 인선 등 정부 출범 초기의 과제 이행을 주도했다. 짧은 시간 안에 청와대 조직을 정비하고 국정 운영의 기본 틀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았고 성과도 눈에 띈다.
후임 비서실장은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를 정책적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책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낼 팀워크가 핵심으로 꼽힌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후임으로 하준경 신임 정책실장이 임명되는 등 일부 참모진이 교체된 만큼 기존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이어갈 과제와 보완 과제도 구분해야 한다. 부서별 업무를 단순히 취합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 전체가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조정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산하 수석실을 장악하고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능력은 비서실장의 기본을 넘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정책실과 정무수석실, 홍보소통수석실 등 핵심 3각축을 잘 관리·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정 어젠더(의제)를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기획력도 주요 조건으로 꼽힌다. 당면 현안에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 전환하는 한편, 각 부처의 추진 상황을 점검해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 과제와 일상적인 국정 운영 과제를 구분하고, 한정된 정책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도 비서실장의 역할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 정부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개혁 과제를 안고 있는 실용 정부"라며 "국정 운영의 철학을 먼저 이해하고 각 부처의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의중을 부처와 의회에 전달하고 꾸준히 소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