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장 부적합지역 기준 확정…내년 1분기 부지 공모 착수

세종=강영훈 기자
2026.10.30 16:45
김현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관리위원장이지난 2025년 12월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지을 수 없는 부적합지역 12개 기준을 확정했다. 올해 말 기본조사 후보부지 지도를 공개하고, 내년 1분기 후보부지를 관할하는 시·군·구를 대상으로 기본조사 대상부지 공모에 착수하는 등 부지 선정 절차를 본격화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고준위위원회)는 30일 제9차 위원회를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적합지역 배제기준'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관리시설의 장기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규제·인허가 문제로 부지 적합성 조사가 곤란한 지역을 사전에 걸러내기 위한 기준이다.

배제기준은 일반 배제기준과 조건부 배제기준으로 나뉜다. 일반 배제기준은 6개 항목으로 해당 지역은 공모에 신청할 수 없다. 활동성 단층 8㎞ 이내 지역, 리히터 규모 5.5를 초과하는 지진 발생 지점에서 8㎞ 이내 지역, 화산활동 지역, 석회암 등 불안정 암종 분포지역, 천연 지하자원 분포지역 등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있는 경주시도 고준위 특별법 제21조에 따라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령 개정이나 행정조치 등으로 부적합 사유를 해소할 수 있는 지역은 조건부 배제기준으로 분류했다. 해안선과 인접하지 않은 내륙지역, 항공기 추락·군사활동 영향지역,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토지 일시사용 불가지역, 토지 형질변경 불가지역, 조사 지연 우려지역 등 6개 항목이다. 이들 지역은 규제 개선이나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치면 예외적으로 공모에 신청할 수 있다. 예컨대 내륙 지자체도 운반경로상 해안 인접 지자체 등과 협의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배제 작업은 관리사업자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맡는다. 공단은 올해 말까지 문헌조사와 현장 확인 등을 거쳐 배제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의 후보부지 지도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고준위위원회는 공모 기간과 신청 요건·절차, 평가 기준 및 선정 방법 등 세부 공모방안을 구체화해 내년 1분기 공모를 시작할 방침이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지역 지원방안도 논의됐다. 부지 적합성 조사 대상지역에는 장기간 조사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일정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기본조사 대상부지로 선정된 지자체에 30억원 내외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처분장 선정 첫 단계인 문헌조사(2년)를 수용한 지자체에 최대 20억엔(약 170억원), 다음 단계인 개요조사(4년)에는 최대 70억엔(약 600억원)을 지원한다.

유치지역과 주변지역에는 내년 공모 과정에서 특별지원금과 반입수수료 등 잠정 지원 규모를 제시할 계획이다. 최종 지원방안은 고준위 특별법에 따라 심층조사 대상부지 선정 이후 국무총리 주재 유치지역 지원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부지 선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위원회가 제시한 절차에 따르면 공모(1~2년)를 거쳐 기본조사(3~5년)와 심층조사(3~4년)를 진행하고, 주민투표와 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부지를 선정(1년)한다. 내년 공모를 시작해도 최종 부지 선정까지 약 8~12년이 걸릴 수 있다. 고준위위원회는 조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권 고준위위원회 위원장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확보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현세대의 책임"이라며 "철저한 과학적 안전성과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 지역 부담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보상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관리시설 확보의 첫걸음인 부지 선정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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